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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Apr 16. 2016

416 지난 2년을 회상하며

세월호 참사 이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이게 말이 돼? 못 구했어... 이러고도 나라가 안 바뀌면 우리나라는 진짜 희망 없어.

친구랑.. 2년 전 이맘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너무나도 슬프고 분노하여, 세상이 뒤집히길 바랬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친구 말대로 희망은 없었다.




7월 26일. 참사 100일 후쯤 찾아간 팽목함, 진도체육관은 실종자 가족들만이 남아있었다.

팽목항에서 12시가 다 된 밤에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을 촛불 하나 키고 기다리고 계시던 가족들의 뒷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100일이 다 되는 시간 동안 실종자 가족들은 체육관을 떠나지 못했다.

혹여나 마음을 안 좋게 먹는 사람이 있을까 봐... 가족들끼리 서로의 곁을 지켜주고 있었다.


진도체육관에서 서글펐던 건, 실종자 가족들이 살려내라고 울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화내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리고 애써 미소 지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며...

그게 날 참 미치게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년이 지나 다시 찾은 팽목항은, 여전히 쓸쓸했다.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 아이들 사진이 있었고, 그 많은 아이들이 우리 곁은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됐다.


팽목항을 따라 등대로 향하는 길...

'이제 그만하자 하지 마세요'라는 플래카드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변한 거, 밝혀진 거 하나 없는데 사람들은 그만하라고 한다. 잊으려고 한다. 분노를 그냥 삼키라고..

그 마음 이해 못하는 거 아니다.. 아니 솔직히 못하겠다.

내 가족이라면. 내 동생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2차 민중총궐기. 못 살겠다고 나왔다 시민들이

그런데..

그 사이로 노란 깃발이 보였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깃발이었다.


유가족들이.. 못 살겠다고... 나왔다.

참 나쁜 나라다.



지난 2년 동안 세상이 변하지 않았고, 우리는 일상 속에 묻혀 살았기에

나는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방문한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모습을 봤다.

떠난 학생들을 위로하는 음악회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편지를 쓴다고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아이들을 봤다.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단 채...


고마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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