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들아, 너희는 그걸로 충분하니!?

새싹 키우기를 통해 내 현실을 곱씹어봤다.

by 이강희

새싹을 통해 만족을 배우게 될 줄은 몰랐다. 단지 물과 햇빛, 바람만 있으면 새싹은 자란다. 오히려 물이 과하면 새싹은 썩어서 죽게 된다. 햇빛이 너무 강해도 타서 죽고 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면 새싹은 견디기 어렵다. 새싹은 너무 적지도 않지만 많지도 않은 상태를 원한다.


올해 생일 선물로 새싹 키우기를 선물 받았다. 치킨과 커피 기프티콘이 난무한 요즘 시대에 새싹 키우기 세트는 새롭게 다가온다. 베르가못과 레몬밤이라는 허브를 키우게 됐다. 반려동물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반려식물은 키울만하다고 판단했다.

씨앗을 심은 날.


키우는 방법은 간단했다. 묻어둔 씨앗에 스포일러로 물을 조금 주고 선선한 곳에 가져다 두면 된다.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와 싹이 나오길 기다린다.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관심과 사랑이 필수다.


일주일이 지나 싹이 올라온다. 말 그대로 새싹이다. 이쑤시개만 한 싹이 삐죽 튀어 오른다. 네 곳에 심었는데, 한놈이 올라오지 않는다. 씨앗을 잘 못 심었는지 걱정이 된다. 며칠이 지나니 막내도 올라온다. 이내 안도하며 물을 준다.


어느덧 새싹이 여러 갈래 솟아오르자 기존 집은 좁아 보인다. 분갈이를 해주니 허브들은 집 크기에 맞춰 더욱 크게 자란다.


알아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허브를 향하던 내 관심도 적어진다. 매일 바라보던 나는 어느덧 다른 곳에 관심을 둔다. 매일같이 물을 주고 사진을 찍고 크게 자라길 기다렸는데, 그 시간이 다가오니 정작 나는 새로운 사물에 관심을 빼앗겼다.


그러든지 말든지 베르가못과 레몬밤은 자란다. 새벽이슬과 햇빛 만으로도 만족하고 성장을 이뤄낸다. 이따금 내리는 빗줄기는 허브에게 예상 못한 성과급이다.


허브는 내 관심에서 사라졌지만 몇 달 동안 풍성하게 자랐다. 새싹 시절을 제외하면 나는 허브에게 그 무엇도 해주지 않았다. 나는 오랜만에 허브를 마주했다.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더욱 크게 자랐기에 내심 “내가 잘 키웠나”라고 착각에 빠진다.


시작은 주인이 도와줬을지 모른다. 애지중지하던 주인은 결국 떠났지만 허브는 상황에 맞춰 성장을 지속했다. 주어진 이슬과 빛, 바람 만으로 모두가 놀라워할 결과를 만들었다.

어느덧 성장한 허브.


나는 새끼손가락보다 작았던 새싹에게 만족을 배웠다. 무엇이든 시작할 때 주변 환호성과 응원이 큰 힘이 됐을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관심은 수그러들고 자신조차 스스로에게 확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지만 상황에 실망하고 환경을 탓하기도 한다.


만족을 몰랐다. 더 많은 돈을 원하고 더 큰 회사를 원했다. 결국 누가 보기엔 좋은 환경일 수 있는 곳으로 옮기게 됐다. 나는 만족했을까? 그러지 못했다. 욕심은 끝이 없고 계속해서 나를 몰아친다. 결국 나는 만족과 욕심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후 허브를 보며 깨닫게 된다. 내 새싹들은 주어진 현실에 맞춰 그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아마 베르가못과 레몬밤은 “나는 이걸로 성장하기에 충분하다!”라고 외쳤을 것이다.


나도 허브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다짐한다.


“내 상황이 뭐 어때? 지금 열심히 하면 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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