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를 외치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이중성
내가 좋아하는 영상만 나타난다. 직전에 시청한 동영상과 비슷한 주제가 나를 홀린다. 다음 영상을 시청한다. 밤은 깊었지만 내 관심사를 이끄는 알고리즘은 끝이 없다. 어느덧 새벽이다. 출근을 앞두고 있지만 흥미를 이끄는 주제는 나를 계속해서 유혹한다. 큰일이다. 오늘 밤도 유튜브와 함께했다.
내가 지난밤 시청한 유튜브를 동료들에게 추천한다. 무려 100만 유튜버다. 직원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어느 날 동생과 함께 유튜브를 봤다. 먹방 유튜버가 많은 음식을 먹어치운다. 무려 900만 유튜버다. 900만 유튜버라는데, 나는 처음 봤다.
다양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요즘이다. 과거 우리 사회는 남들과 다르면 손가락질받고 비난을 면치 못했지만, 21세기에 접어들고 각자 개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색다른 패션을 통해 남과 다름을 표현하고 매니악한 취미를 가지며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도 한다.
출근하는 직장인을 통해서도 우리는 과거 분위기와 다름을 느낀다. 어린 시절 드라마를 통해 봤던 직장인들은 검은 양복과 흰 와이셔츠, 넥타이로 대표됐다. 아직 정장을 입는 회사가 많이 존재하긴 하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율복장을 채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복장 자율화를 통해 각자 개성을 표출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업무 효율을 이끌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공동체보다 개인주의가 우세를 점하고 가치 판단 기준이 각자 취향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과 군인 신분일 때 느꼈던 공동체가 지닌 불합리함을 극복할 시대가 왔다고 여겼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처럼 새로운 문제를 맞이한다. 개인 취향이 심화되니 남을 이해하기 어려운 사회가 도래했다. 빛과 어둠처럼 모든 일은 긍정적인 부분도 항상 존재한다. 특정 분야에 집중해 전문적 지식을 쌓을 수 있다면 개인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오곤 한다.
다만 우리는 인간이다. 인간 역사는 이성과 본성 사이에서 본성이 승리하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 특정한 사회 현상이 지속될 때 본성은 대부분 이성을 압도했다.
혹자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경쟁을 이성과 본성 사이에 싸움이라고 규정했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이성과 물질만능주의로 비판받는 본성 중심 사고가 부딪혔다고 설명한다. 개인 욕심, 즉 인간 본성을 체제로 만든 자본주의를 애초에 사회주의가 이길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개인 취향이 심화되는 사회에서도 우리는 개인 취향과 가치가 남을 압도하고 우월하다고 여긴다. 일본 애니메이션 문화에 심취한 사람들을 오타쿠라는 말로 비하하고, 일부 지적허영심에 빠진 이들은 독서하지 않고 게임과 드라마에 심취한 사람들을 저급한 취미를 갖고 있다고 비난한다.
또한 개인 취향이 중요한 가치로 올라선 상황에도 남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분위기는 여전하다. 우리는 그 상황을 지금도 목도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남자 헤어스타일은 투블럭컷으로 통일됐다. 파타고니아 티셔츠는 인터넷상에서 밈으로 활용됐다.
무신사룩과 에이블리룩은 어떠한가?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공동체 생활 방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남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우리나라 국민들 언어 습관에도 투영돼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르다’고 말해야 할 부분에서 ‘틀리다’고 말하곤 한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디다스 축구화랑 나이키 축구화는 기능이 틀리다”라고 자주 말한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언어 습관은 은연중에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한다.
이성은 개인 갖고 있는 취향과 우선순위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본성은 내가 가진 가치 판단 기준이 더욱 중요하고 타인은 뒷순위에 머물러있다고 대답한다.
친한 친구 집들이에 만났던 사람이 생각난다. 술 한두 잔 마시며 취미를 공유한다. 피규어를 좋아하고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고 그러더라.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이내 속으로 피식 웃는다.
그러더니 그 친구가 이어서 말하더라. “피규어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결국 매장을 차리게 됐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니까 힘들어도 나름 버틸 수 있어요.”
순간 맹하게 보이던 그 친구 얼굴이 점점 다르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