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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수 Apr 24. 2024

어김없이 올해도 봄은 왔다.



아들이 콧물을 찔금거리면서 잔기침을 한다. 봄이 왔나 보다. 아들은 봄만 되면 비염 때문에 힘들다. 어렸을 때 생각하면 지금의 비염은 아픈 것도 아니다. 한때 너무 힘들어해서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를 가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다. 그 힘들었던 시간들을 버티니, 이제 성인이 돼서 비염증세도 많이 호전된 것 같아서 기쁘다.


학생들이 여기저기 기침을 한다. 날씨가 오락가락하고 일교차가 심하다. 나같이 추운 걸 싫어하는 사람은 몇 겹의 옷을 입고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하면서 체온을 유지하지만 귀찮은 거 싫어하는 아이들은 이럴 때 감기에 잘 걸린다. 낮의 포근함만 생각하다가 저녁과 아침의 차가움에 더럭 감기가 걸리기 쉽다. 그렇게 아이들의 기침소리에 봄을 느낀다.


거리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부쩍 많이 쓰고 다닌다. 한동안 마스크 쓴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마스크를 점점 많이 안 쓰고 다니더니 이제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환절기에 감기에 많이 걸린 모양이다. 더불어 봄의 반갑지 않은 황사도 찾아와 우리를 괴롭힌다. 그러니 마스크의 등장만으로도 이제 봄을 느낀다.


그렇게 올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땅에 묻히기를 무척 원하셨다. 그렇게 아버지는 땅속으로 돌아가셨다.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고 죽으면 그냥 끝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평소에 후자 편이었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고 나니까 자꾸 전자의 편에 서고 싶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사후세계를 어떻게 알겠는가? 보지도 못한 사후세계를 있다, 없다 논쟁하는 것도 웃긴 얘기다. 아무도 보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사후세계를 믿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다. 아버지가 그냥 죽음으로써 끝이라는 생각보다는 죽은 후에 더 좋은 곳으로(극락 또는 천국)으로 가셨다고 생각하면 훨씬 마음이 위로가 된다. 어쩌면 사후세계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을 갖고 싶은 열망에서 나온 게 아닐까?


어김없이 아버지가 없는 봄은 찾아왔다. "아버지, 좋은 곳에서 이제 아프지도 않고 따뜻하게 지내고 계시죠?"

햇빛 따뜻한 봄볕을 보니, 아버지가 몹시 그립다. (살아 계실 때 더 잘하지 그랬어!!)


그렇게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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