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다를까?
어느 날 아침 뉴스 기사에 모 연예인의 집에 강도가 들었다는 소식을 봤다.
집에 들어온 강도가 연예인의 어머니를 칼로 위협했고, 그 연예인이 격투 끝에 강도를 잡았다는 것이다.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 칼로 위협하는 강도를 잡을 수 있었나?' 자세히 기사를 들여다봤다.
연예인이 여자였기 때문에 궁금증이 더 했다. 그런데 여자 연예인은 '무술 유단자'라고 한다. 이제야 강도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 이해가 됐다.
나는 한동안 그 기사를 잊고 지내고 있었다. 얼마 지난 후 알게 된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경찰에 잡혀간 강도가 피해자가 연예인인 것을 알고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제는 자기가 피해자라고 하면서 살인혐의로 연예인을 맞고소했다는 것이다. 그 피해자 연예인은 '나나'이다.
범인은 자신은 흉기를 집으로 들고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강도가 흉기를 들고 갔냐? 안 갔냐? 가 중요한 쟁점인 것 같다. 그럼 범인의 주장에 따라 '나나'의 '정당방위'가 인정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인가?
집에 강도가 들어와서 칼로 나의 어머니를 위협한다. 그럼 우리 집에 들어온 강도에게 "제발 나가 주세요"라고 말로 설득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눈물로 호소해야 하는 것인가? 설사 만일에 하나, 칼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당방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나? 나의 엄마가 강도에게 위협을 받고 있는데 눈이 안 돌아가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
그럼 그런 상황에서 나는 과연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엄마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인가? (참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가해자가 계속 범행을 부인하면서 법원에 피해자가 직접 출석해서 증언까지 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장소에 있게 하고 범인 앞에서 피해자가 그대로 노출되어 증언까지 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 말이다. '법이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것인지?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법은 '정의로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라는 법을 지키는 선량한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그렇게 알고 성실하게 법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다. 위의 상황에서 과연 '정의로운 법'은 어디에 있고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는 나라는 어디에 있는가?
남의 집에 흉기를 들고 들어와서 내 가족을 위협하는데, 피해자가 살인으로 고소를 당한다는 것이 세상에 말이 되는가 말이다. 한국의 '정당방위'는 너무나 소극적으로 인정받는다고 한다. 미국 같은 나라는 남의 집에 들어온 강도는 총으로 쏴서 죽는다 하더라도 '정당방위'로 인정을 받는다. 그런데 하물며 우리는 칼로 심한 상처를 입힌 것도 아니고 살짝 상처가 생긴 것 가지고 뻔뻔하게 '살인'이라는 누명을 씌울 수 있는 '이상한 나라'인가 보다.
범인의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한테 돈이라도 뜯어내보려는 심산인 것이다. 어떤 방송에 나와서 피해자 연예인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은 한 번도 무술을 배운 적이 없다'라는 것이다. 이 또한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이야기 인가?
언론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지례짐작으로 여자 연예인이 강도를 잡을 정도면 '무술유단자'일 것이야.라고 생각하고, '무술유단자'라고 한 것인가? 언론은 정확한 사실 확인도 안 하고 '확대해석'한 내용을 진실인 것처럼 국민들한테 알리고, 집에 들어온 강도가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떠들어대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자꾸 그 노래가 생각나는 건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