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맛 떨어진다...

나도 같이 입맛이 떨어졌다.

by 연수

남편은 술을 무척 좋아한다. 젊었을 때는 거의 매일 술을 먹고 다녔다.


매일 밖에서 술을 먹으려면 '유유상종'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꼭 있다. 남편옆에 고등학교 동창 A와 B가 있다. 나는 덩달아 A와 B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사실 본인이 가장 큰 문제겠지만..)


매일 술 먹자고 연락하니, 얼마나 눈에 가시겠는가?


그러던 남편이 요즘 술 먹으러 잘 나가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A와 B와 싸우기라도 한 건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그게 아니었다. 술맛이 떨어졌단다.




남편의 말을 빌자면, A라는 친구는 젊었을 때부터 짠돌이었다. 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으로 생활하는 사람이었다. 카드를 쓰면 지출이 통제가 안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아무리 적은 돈이 나와도 꼭 1/N 을 했다고 한다. 남편은 늘 '친구끼리 너무 한다.라고 했다.


B라는 친구는 자신의 형제자매 중에 유일하게 아들을 낳았다며 아버지, 어머니가 굉장히 B의 아들을 귀하게 여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B의 부모님은 귀한 손주 보는 맛에 B의 집 근처에 살았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A는 지금 주식으로 현금부자가 됐고, B는 아버지의 건물을 혼자서 상속받았다.


A는 20년 전부터 아낀 현금으로 삼성전자와 현대 자동차 주식만 샀다. 그렇게 20년 동안 이 두 가지 주식만 매달 월급의 일정액을 모아서 주식을 사 모았다. '보유한 주식 중 반을 현금으로 만들어 집을 사고, 반은 아직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라고 얼마 전에 친구가 술자리에서 얘기했다고 한다.


그리고 B는 건물주가 되었다.


우리는? (우울하니까 긴 말 안 하기로 한다.)




자신과 같이 매일 술을 마시던 두 명의 친구의 재산 상황을 듣는 순간, 남편은 술맛이 떨어졌다.

그 얘기를 듣게 된 나는 밥 맛도 떨어졌다.


남편은 같이 매일 술 마시던 친구들의 고백으로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고, 자기 성찰이 됐고 술맛이 떨어졌다. 그렇게 술이 뜸한 며칠이 지난 오늘, 남편은 또 술을 마시러 나갔다.


'주식요? 건물요?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그래, 건강하면 되지!' 나는 또 정신 승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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