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of Wolfgang Amadeus Mozart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F. Murray Abraham)가 자살을 시도했다. 황제 죠셉 2세(Emperor Joseph II; Jeffrey Jones)의 궁정 작곡가로 살아온 그가 자살을 시도한 이유는 같은 시대를 살다 간 음악 천재 모차르트(Mozart; Tom Hulce)를 죽인 이가 자신이고 모차르트를 한평생 증오한 자기 삶을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죽기 전에 발견된 살리에리는 응급처치 후 정신병원으로 옮겨진다. 중세 시대에도 정신병원은 있었다. 정신병의 정도에 따라 환자를 감금하여 관리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기본적으로 중세 시대에 정신병 환자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없었다. 궁정 작곡가였기에 부와 명예를 지닌 살리에리는 조금 다른 대접을 받으며 정신병원에서 생활했다. 어느 날 젊은 신부 보글러(Father Vogler; Richard Fronk)가 살리에리에게 고해성사를 받기 위해 찾아왔고, 그를 향해 살리에리는 자기 삶에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모차르트에 관해 말하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가 바로 영화 <아마데우스(1983)>의 줄거리이다.
1781년 어느 날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는 자신의 고용주인 대주교 코로레도(Archbishop Colloredo)의 요청으로 살리에리가 사는 마을에 와서 자기가 작곡한 교향곡을 연주 및 지휘했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관해 익히 들어온 살리에리는 불안과 들뜸이 뒤섞인 마음으로 시대가 낳은 천재의 음악을 직접 듣고 싶었다. 음악회가 시작하기 전에 우연히 마주친 모차르트는 그의 예상을 철저하게 깨부수었다. 함께 온 여인과 연주회 후 환영회를 위해 음식을 준비해 둔 방에 몰래 들어가 애정 행각을 벌이는 걸 살리에리가 우연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모차르트는 황제를 위해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연주곡의 잘못된 점을 비판하며 새롭게 편곡하여 즉흥으로 연주하며 황제와 주변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훌륭한 음악가로 살 수 있게 해 준다면 한평생 독신으로 살며 음악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다고 맹세한 살리에리 앞에 나타난 모차르트는 음악가로서 지켜야 할 위신과 품위를 우습게 여기는 한량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모차르트가 만든 음악에 담긴 독창성과 천재성은 부인하고 싶어도 부인할 수 없었다. 신의 손길이 닿지 않고서는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경쟁심과 질투심이 불타오른 살리에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모차르트를 자기 주변에 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계속해서 듣고 싶은 욕구 또한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 모차르트의 삶이 제대로 잘 풀리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처음 느낌 그대로 신의 손길이 가득한 상태 그대로 남길 바랐다. 모차르트를 대하는 살리에리의 마음에 가득 찬 감정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양가감정ambivalence, 사랑과 증오가 공존하며 끝없이 부닥치는 감정이다.
어느 정도 역사적 자료에 근거했겠지만, 영화의 주된 관심은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바라보는 태도이다. 음악가가 되려는 자기의 꿈을 짓밟은 아버지의 목숨을 거두어주신 하나님을 살리에리는 모차르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무한 신뢰하며 살았는데, 모차르트의 등장은 하나님을 의심하게 했고, 결국 하나님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벽에 걸어놓고 지긋이 올려다보며 기도했던 대상물인 십자가를 태워 없앤 후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숨통을 천천히 조여가려는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상영시간 2시간 41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리에 앉은 채 보기가 만만찮았다. 살리에리의 마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정의 굴곡을 예리하게 묘사하지만 이를 세밀하게 관찰하며 감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모차르트를 향한 살리에리의 감정이 양가감정임을 알아채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사랑과 증오 사이의 간극이 점차 확대되어 결국에는 스스로 조절조차 어려워지는 감정이 기폭이 결국 폭발하는데 2시간 30분가량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손수 악보에 올리면서 마치 자기 스스로 그 음악을 만드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 살리에리는 쉼이 필요한 모차르트를 한계 너머로 몰아붙였고, 결국 모차르트는 숨을 거둔다.
모차르트가 실제로 그렇게 웃었는지가 무척 궁금해지리만치 영화 속 모차르트는 누군가와 대화 중 어색한 순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어허허허!’하고 웃었다. 긴장감과 불안감이 엄습할 때면 그 순간을 벗어나기 위한 그만의 방어기제가 실없는 ‘어허허허!’ 웃음이었다. 영화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지만, 어린이 모차르트에 관한 몇 가지 장면에서 6살 때부터 오페라를 작곡했다는 그의 천재성은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반대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했다. 아버지의 충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향을 떠나 비엔나(Vienna)에서 음악가로서의 삶을 재정립하려고 노력했다. 비엔나로 직접 찾아온 아버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충고했지만,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충고를 거부했다. 홀로 고향으로 돌아간 아버지는 얼마 후 생을 마감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때부터 모차르트는 더더욱 오페라 작곡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식음을 전폐했지만, 술은 항상 그의 책상 위에 있었기에 작곡에만 집중했던 모차르트의 건강은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비엔나에서 모차르트는 경제적으로 궁핍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새롭고 신선한 음악을 듣고 싶어는 했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정신에 맞지 않았던 그의 음악을 선뜻 배우려는 제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의 음악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지지자 또한 찾기 힘들었다. 음악을 제외하면 그가 어떤 곳에서 살아있음을 느꼈고 살아있음에 감사할 수 있었을지 궁금해졌다.
한 명의 천재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의 희생이 요구된다는 말이 다시 생각났다. 내가 천재가 아닌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천당보다는 역시나 이승의 똥밭에서 뒹구는 게 더 낫다지 않나? 죽고 나서 내가 만든 창작물에 최고다, 천재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란 찬사를 붙여줘 받자 나한테 남는 건 무엇일까? 난 지금이 좋고, 난 지금을 살고 싶다. 살리에리처럼 나를 다른 이와 비교하는 삶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2시간 41분짜리 영화가 나에게 알려준, 이미 알고 있는, 교훈이다.
2024.07.2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