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바다 사이 검은 사우나

핀란드 4. The Barö hotel sauna

by 리견

THE BARÖ

Barösundsvägen 679, 10270 Ingå, Finland


핀란드 헬싱키에서 약 1시간 ~ 1시간 30분을 차로 이동하면 울창한 숲과 바다가 만나는 곳, 잉코 Inkoo 바뢰순드 Barösund에 도착한다.


핀란드 특유의 소나무와 바위에 얹어진 이끼들이 보이는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길을 밝게 비춰주는 가로등이나 볼라드 등은 찾아볼 수 없고, 얇게 검은 막대만 듬성듬성 꽂혀있고, 길의 경로가 보일 정도로만 아주 옅게 비추는 조명들만 있다.


바뢰순드의 숲과 바다는 무서울 수도, 혹은 숭고하게도 느껴지는 곳이다.



울창한 숲길 따라 올라가면 그을린 벽과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은 탄화목으로 만들어진 캐빈 호텔이다.



가까이서 보면 모두 숯처럼 검게 그을렀다.


도착해서 바로 보이는 곳은 리셉션 겸 오픈키친 식의 레스토랑이 나온다. 우리를 맞이한 지배인과 직원들은 검은색 옷을 입지만, 후리스와 작업바지 같은 아웃도어 룩으로 숲에 걸맞는 옷을 입고 있다. 지배인은 노트북으로 간단히 예약자 확인을 하고 실 확인과 간단한 시설소개, 운영 규칙을 안내해 주며 프론트 건물을 나와 데크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이동한다.


삐걱삐걱 걸어서만 다닐수 있게 되어있다.


이미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피해 데크를 설치했다.

구르르 캐리어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면 창문 하나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한 검은 캐빈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이 객실들은 모두 바다를 향해 바라보고 있고, 개폐할 수 있는 창문 하나 없게 되어있다. (그만큼 실내 공조 시스템이 좋게 되어있어야 할 것이다.)


총 12채의 객실이 있었고 어떤 것은 캐빈이 한 채만 있고, 어떤 것은 캐빈이 두 채가 붙어있기도 하고, 어떤 건 두 채를 떨어뜨려 데크로 이어 두고 루버로 그 사이를 막아둔 모습도 보인다.


캐빈이 한 채냐, 두 채냐 뭐 중요한가 싶지만, 이곳의 프로그램은 어반 호텔처럼 아파트식으로 각 층마다 있는 게 아니었기에, 룸 프로그램이 정말 중요했다.




객실 프로그램

1. 캐빈 한 채는 매우 심플하게 화장실과 샤워실, 침실과 침대 바로 뒤에 붙어있는 바 테이블, 그리고 침대 앞으로 전면 통창이 있어 숲과 바다가 탁 트이게 보이게 되어있다. 모든 객실에 적용되는 기본 셋업이다.


2. 업그레이드 객실 유형 : 같은 모듈러 캐빈이 두 개가 있고 그 사이에 데크가 있는가 없는가로 나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일반 호텔처럼 디럭스, 스위트 이렇게 단순하게 세그먼트화되어있지 않으니 꼭 어떤 구성인지 읽을 필요가 있다.

THE BARÖLANDET MINI SUITE : 캐빈이 맡붙어있고, 침실이 라운지로 되어있다.
THE BERGVALLA : 두 개의 모듈러 캐빈 사이로 데크로 된 테라스가 있다. 야외 라운지체어 2개가 있어 따뜻한 차, 혹은 커피 한잔 들고 숲과 그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THE BARÖSUND : 베르그발라와 유사하지만 데크가 더 넓고 전면이 통창인 전용 사우나가 있고, 그 앞 테라스에 핫터브가 있다. 호텔 내 가장 넓은 스위트이다.


3. 화목 난로 여부 : 룸을 고르는 조건에서 화목 난로가 있는지 체크하면 좋다. 도착하기 전에 미리 전화해서 화덕에 불을 넣어달라고 하면 체크인하고 룸에 들어가면 부드러운 열감과 난로 향이 반겨준다. 바로 호텔은 난지 캠핑장에서 화목난로 피우면서 나는 연기 냄새보다는 훨씬 괜찮은 향이 난다.


객실 안 역시도 빛을 밝게 하지 않아, 밖이 어두우면 자연스럽게 함께 어둡다.



객실 안내를 받아 캐빈 안에 들어오고 나서, 화롯대의 열과 함께 통창에 보이는 숲을 멍하니 보며 늑장을 부리고 있다가 슬슬 사우나를 갈 준비를 한다. 사우나는 예약식이고,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져온 수영복 한 장, 객실에 있는 바스 타올, 회색 가운, 그리고 물 한 병을 들고 올라오는 길에 있던 조명 따라 저벅저벅 내려간다. 조심조심 내리막길을 돌아 고개를 들면 사우나 캐빈과 핫터브, 그리고 길을 따라 이어지는 부둣가 뒤로 발트해가 펼쳐진다.




사우나는 객실과 유사하게 캐빈 하우스로 보인다. 탄화목으로 된 외장재와 크기는 약 6-8평 사이지 않을까 싶은 캐빈 안에 탈의실, 샤워실, 사우나로 심플한 구성으로 되어있다. 안에 들어가면 비좁은 탈의실과 파우더룸이 나온다. 사우나는 6-8인정도가 이용할 수 있는데, 6인 이상으로 이용한다면 탈의실은 워낙 비좁아 4명 들어가고 후에 2명이 들어가는 게 좋고, 혼성으로 왔다면 각 성별대로 옷을 갈아입고, 다 갈아입고 나면 그다음에 입장하는 게 좋다. 추위를 잘 견디는 스타일이면 방에서 수영복을 안에 입고 넘어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탈의실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샤워실과 사우나가 바로 보인다. 조금 불편한 건 2명씩 샤워를 할 수 있게 되어있어서, 탈의를 일찍 하면 바로 망설임 없이 샤워를 하는 게 좋다. 유리로 된 문을 열고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머리가 닿을 듯 말듯한 천고의 사우나실이 나오고, 바다가 보이는 통창이 맞이한다.

통창쪽으로 가면 바닥이 약간 꺼져있어서 사우나가 뜨거운걸 못 견디는 사람은 그 앞으로 살짝 피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열이 오르고, 땀이 차오르면 문을 열고 나와 바다에서 냉수욕을 하며 몇 번 왔다 갔다를 하면 된다.

하지만 바다의 경우는 인공적인 연출이 거의 없어, 바다로 입욕할 때 해조류를 살짝 즈려밟으며 들어가야 할 수 있어서, 너무 야생의 경험을 힘들어하는 사람은 사우나 옆에 핫터브가 있으니 핫터브에 앉아 넋 놓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을 추천한다.


늘어진 시간 속에 주변이 껌껌해지는 때에 어둠을 너무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좀 더 어두워질 때까지 사우나와 핫터브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광원이 보이지 않는 옅은 불빛, 검은 건물들로 모든 것이 눈에서 먹먹하게 보일 때 하늘을 보면 서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별빛이 쏟아져내리는 듯한 광경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어 하는 그룹에 동행했던 할머님께서는 함께 사우나를 하고 올라가는 길에 나에게 들으라고 하신 말씀이신지, 허공에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다.


" 내 어릴 적 보던 밤하늘의 별은 이렇게 찬란했는데, 이곳에 와서 보니 어릴 적 별들이 여기 있었네 싶구나 "


지금까지 나는 보이고 느껴지는 것을 믿어왔다.

내가 이곳에서 느낀 것은, 예전에 서울에 살 때 내가 얼마나 많은 먼지와 오색찬란한 간판 조명들, 그리고 어디를 가도 빠짐없이 단단히 자리한 콘크리트 바닥과 보도블록 속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며 살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 본래 사람이라는 생물적 본성을 거슬러가는, 인공적인 환경에 길들여지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빛 공해를 끼치지 않고 싶었나보다.



옷을 여며 리셉션에서 나오는 저녁 만찬은 정말 맛있지만, 나른한 탓에 어떻게 먹은지도 모르겠는 저녁식사를 흐르듯이 마무리하고 객실에 들어와 부드러운 화로의 열감에 나도 모르게 스르륵 바로 잠이 들어버린다.

정신이 혼미하게 잠을 자고 일어나면 정성스레 담긴 도시락이 조식으로 나온다. 침대 위에서 가볍게 아침을 먹고 산책을 거닐며 호텔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숲과 바다 너머에서 뜨는 햇살을 맞이하는 아침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극도로 섬세한 이곳은, 도심 생활과 문화에 익숙하다면 너무나도 불편한 그런 곳이 될 순 있겠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두 발로 데크를 걸어 다니며 방을 찾아 나서고, 평소보다 어두운 환경에 눈이 침침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다시 눈부신 공간으로 갔을 때 눈에 오는 부담을 느끼고 나면, 우리는 얼마나 긴장과 깨어있게 하는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지를 되새길 수 있지 않았나 싶다.


ps. 핀란드의 기후 때문인지 벌레 한 마리 보기 어렵다. 너무 쾌적하더라.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자연을 느끼고, 훈훈한 사우나와 화목 난로의 열감을 느끼며 숲과 바다를 마주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다녀올만하다. 운이 좋으면 사우나를 하는 중에 발트해에서 서식하는 회색물개를 목격할 수도 있으니, 예상치 못할 자연의 순간을 만끽하시길.



THE BARÖ HOTEL

주소 : Barösundsvägen 679, 10270 Ingå, Finland

웹사이트 : https://www.thebaro.fi/en/


CHAPTER. FINLAND

01 Lonna Sauna

02 Hanaholmen Hotel

03 Kulttuurisauna

04 The Barö

05 Loyly Sauna

06 Kotiharjun Sauna

월요일 연재
이전 04화내향인의 사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