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3. KULTTUURI SAUNA
핀란드 지사 디자인 부서에서 젊은 동료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추천한 사우나, 쿨투리 Kultturi 사우나를 가기로 한다. 혼자 사우나를 하기에 적합하다나. 얘기를 듣기로는 일본인과 핀란드인이 합작해서 디자인한 사우나로 들었다.
소개글을 읽어보니, 쿨투리 사우나를 처음 이용하는 사람은 혼자 오는 것을 권장하게끔 적혀있다.
2명 이상을 단체로 간주하는데, 단체 입장이 불가하다고 하니 되도록이면 혼자 다녀오시길.
쿨투리 사우나는 타올, 페플레티 타올 (앉는 곳에 얹는 타올), 수영복과 물 한병을 지참해서 와달라고 소개한다.
약 90분간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고, 성인은 17유로 정도이다. 이곳은 남녀 혼욕을 하지 않으니, 참고하시길.
예약을 마치고, 다음날 쿨투리 사우나를 향했다.
쿨투리 사우나는 헬싱키 도심에서 약간 바깥쪽에 있다.
가는길의 풍경은 왼쪽은 아파트, 그리고 조용하게 넘실대는 바다와 그 끝으로 이어지는 회색 콘크리트 길이 있다. 공사 현장들로 쭉 이어지는 풍경에 지금 내가 정확하게 가고 있는 길인가 계속 구글 맵을 보게 된다.
그렇게 온갖 중장비들과 건자재들을 지나 도착하면 웬걸, 그 콘크리트 회색의 모습이 그대로 이어진다.
핀란드라 그런지,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익숙했던 이런 브루탈하면서 미니멀한 건축물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원목 통나무를 깎아 기둥으로 세워놓은 이 느낌이 오묘하면서도 이상하더라.
이런 톤이 핀란드 친구들에게 새롭게 다가온 것일까,
거친 톤 속에 나름 디테일이 있어보이긴 했다. 베리어 프리를 고려한 것인지,
장애우분들이 이용할 수 있게 진입하는 입구는 경사로로 되어있었다.
익숙한 마루를 지나 들어서면, 익숙한 칸막이가 왼쪽에 있다.
마치 우리가 옛 목욕탕이나 여관에 들어서면 얼굴이 빼곰 나오고,
손만 서로 닿을 수 있는 그런 칸막이다. 매우 조용하게 안내를 해주고, 나도 괜스레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행동하게 된다.
이용은 심플하다. 신발은 신발장에 넣고, 양쪽에 큰 문이 있어 남자, 여자 성별에 맞게 들어가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할 것은 이용하다보면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고 나오고하는 과정에서 생각없이 들어가면 바로 탈의실이 나와 큰 불상사를 볼 수도 있다.
경험담이니 주의하시길..
말했다시피 탈의실로 들어서서 입고있던 옷을 벗어 캐비넷에 넣고 들어가면 단체로 샤워할 수 있는 샤워실이 나온다. 그러고서 들어가면 다른 사우나와 다르게 콘크리트인가 싶은 사우나 스토브와 목재로된 벤치, 그리고 3계단 위 하늘이 보이는 창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계단식 벤치를 많이 선호한다. 계단이 사우나에서 중요한게 높낮이에 따라 열의 정도가 다르고, 내가 원하는데로 조절하면서 열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나에서 땀을 내고 몸의 열을 올린채로 샤워실로 돌아가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착용하고 나오면 공용 공간 바닥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데크가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데크를 따라 나가면 정성스럽게 가꾼 잔디와 자작나무 한그루가 있고 그 배경으로 도시가 멀리 보이는 바다가 펼쳐진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경험이 사다리로 내려가는 경험보다는 안정적이다. 핀란드의 바다는 한국과 달리 파도가 거의 없고 물이 그렇게까지 짜지 않아서 몸이 따갑거나 눈이 맵거나 하지 않다. 파도도 잔잔한 탓에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다. 그렇다고 오래 있을수 있는 건 아니다. 부리나케 난간 잡고 데크로 올라간다.
차가운 바다속에 몸을 담군 탓에 추웠던 대기의 온도가 이제는 차갑지 않다.
개운해진 몸이 자연스럽게 벽에 있는 벤치로 향하고, 누가 보든 말든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 몽롱해진 상태로 사사삭 나뭇잎 끼리 비벼지는 소리가 들리는 자작나무를 바라본다.
모든 것이 느려진 것 같은 상황을 만끽한다.
그러다보면 훌쩍 90분이 지나간다. 너무 여유롭게 외기욕하다가 시간이 살짝 늦어졌지만, 얼른 남은 시간 사우나 한번 더하고 샤워하고 옷을 입고 나온다. 몸이 너무 나른해진 탓에 바로 사우나를 나가지 않고, 정원이 보이는 라운지 소파에 털썩2를 한다. 라운지 테이블을 보면 신기한게, 사우나 사장님 넨 츠보이Nene Tusboi의 포트폴리오, 그리고 사장님이 좋아하시는지 건축가 알렉산더 브로드스키 Alexander Brodsky 의 작품 도록이 있다.
* 알렉산더 브로드스키는 1980년대 공산주의 소련의 표준화된 공공 건축을 반대하며 '종이 건축 paper architecture' 운동을 선두, 검열받지 않는 예술과 가상적인 건축을 전개했고, 그의 스케치는 마치 이야기를 공간에 담는 것처럼 느껴진다.
쿨투리 사우나에서 홀로 사우나를 하고 돌아가는 길은 조금 고독할 수 있다.
나름 재밌고 좋은 경험하고 나왔는데, 나는 좀 외향적인 성격이라 이 감정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지 않으며 숙소를 향하는 기분은 외롭다.
쿨투리 사우나를 디자인하고 운영하는 넨 츠보이 Nene Tsuboi는 "사우나라우하 Saunarauha"를 강조하며 "사우나의 평온함"을 강조하는 철학이 있었고, 사우나 이름처럼 "문화"를 중심으로 운영한 사우나는 독특하게 다가왔다. 사우나를 마치고 건축, 예술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의 치열함속에서 맞이하는 예술, 문학과 달리, 개운해진 몸 상태와 여유로워진 마음속에 담겨지는 예술과 문학은 또다르게 다가올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던 사우나였다. 하지만 조용하고 고독한 경험도 할 수 있으니, 활기찬 즐거움이 필요하다면 조금 안맞을 수 있다.
3개의 계단식 사우나 벤치, 남녀 분리된 사우나, 바다 입수로 이어지는 정원은 핀란드식 사우나 경험의 기본을 잘 담고 있다. 다른 사람 눈치보지 않고 원하는 만큼 열을 즐기고, 외기욕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뭐 어차피 혼자인데 :)
KULTTUURI SAUNA, HELSINKI, FINLAND
주소 : Hakaniemenranta 17, 00530 Helsinki, 핀란드
웹사이트 : https://kulttuurisauna.fi/
CHAPTER. FINLAND
01 Lonna Sauna
02 Hanaholmen Hotel
03 Kulttuurisauna
04 The Barö
05 Loyly Sauna
06 Kotiharjun Sau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