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2-35장 : 야곱 5
야곱이 가나안으로 돌아온 지 10여년 정도 되었고 이제 100살이 넘는 나이가 되었다. 사실 야곱은 전에 에서로부터 도망쳐 라반의 집으로 올라가면서 하나님께 맹세한 것이 있다. '하나님의 집'인 벧엘을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곱은 벧엘로 가지 않고 세겜으로 와서 정착한 것이다.
그 지역에 사는 히위 사람 족장인 세겜이 디나를 보고 사랑에 빠져 그녀를 강레아가 낳은 딸 디나가 10대 중반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이다. 어느 날, 디나는 그 지역의 여자들을 만나서 놀러 나갔다. 제로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의 아내로 삼고자 하였다. 세겜의 아버지 하몰은 세겜과 함께 야곱에게 찾아와 디나를 아들의 신부로 삼고 싶다고 말하였다.
“내 아들 세겜이 당신의 딸을 사랑하므로 서로 결혼하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또한 원하신다면 당신의 아들들이 나의 딸들과 결혼하면 어떻겠습니까? 또 이 곳에 정착하여 장사도 하고 돈도 버시면 어떻습니까?”
세겜도 야곱과 디나의 오빠들에게 간절히 말하였다.
“저에게 호의를 베풀어 디나와 결혼하도록 해주세요. 여러분께서 원하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다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야곱의 아들들은 다른 민족 사람인 세겜이 디나를 강제로 데리고 갔다는 말을 듣고 매우 화가 났다. 야곱의 아들들은 하몰과 세겜을 속여 복수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가문은 모두 할례를 받습니다. 우리의 여동생을 할례받지 않은 남자에게 시집보낼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우리 집안에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의 집안 남자들이 모두 할례를 받겠다고 한다면 당신이 디나와 결혼하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또한 그러면 우리 집안 여자들을 당신의 집안에 시집을 보내고, 당신의 집안 여자들을 우리가 신부로 삼아 이 땅에서 함께 잘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할례를 받지 않는다면 우리는 디나를 데리고 이 곳을 떠나겠습니다.”
하몰과 세겜은 야곱의 아들들이 제안한 것을 받아들였다. 그만큼 세겜은 디나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 모든 남자들을 불러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였다.
“모두 들어보십시오. 우리 지역에 이사를 온 히브리 사람들은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재산도 많습니다. 그들이 이 곳에 살게 되면 서로 장사를 할 수도 있고, 서로의 자식들을 결혼시켜 한 식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재산도 다 우리의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들에게는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할례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이 말한대로 하여 서로 함께 살면 좋지 않겠습니까?”
마을 사람들이 모두 세겜의 의견에 찬성하였다. 그래서 그 마을의 모든 남자들이 다 할례를 받았다. 할례를 받으면 상처가 나을 때까지 며칠 동안 누워서 쉴 수 밖에 없는데, 이 때 야곱의 아들들 중 시므온(둘째 아들)과 레위(셋째 아들)가 그 마을에 가서 할례를 받고 누워있는 모든 남자들을 다 죽여버렸다! 이는 세겜이 디나를 강제로 끌고 가서 마음대로 디나와 결혼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시므온과 레위는 세겜의 집으로 가서 디나를 데리고 돌아왔다. 그러자 야곱의 다른 아들들도 그 마을에 가서 양과 소와 나귀와 모든 재산들을 빼앗고, 남아 있는 여자들과 아이들을 다 붙잡아왔다.
일이 커지자 야곱이 시므온과 레위를 불렀다.
“너희가 한 일 때문에 내가 참 곤란하게 되었구나! 이 땅에 사는 다른 민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를 아주 미워하게 될 것이야. 우리들은 숫자가 적기 때문에 만일 다른 민족들이 우리를 쳐들어온다면 우리 가문은 살아남기 힘들것이야.”
그러자 시므온과 레위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이렇게 대꾸했다.
“아버지, 그럼 그 사람들이 우리 여동생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이런 일이 있을 때,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벧엘로 가서 살도록 하여라. 너는 그 곳으로 가서 나를 위해 제단을 짓도록 하여라.”
벧엘은 오래 전, 야곱이 에서를 피해서 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가는 길에 꿈을 통해 계단 위 높은 곳에 계신 하나님을 만났던 바로 그 장소이다. 하나님은 그 때에 야곱이 누워 잠을 잤던 바로 그 벧엘 땅을 야곱에게 주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리고 야곱도 벧엘로 돌아오겠다고 하나님께 약속하였다.
야곱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즉시 알아차리고 가족들과 모든 함께 지내는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모두 들으시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우상 조각들을 다 버리시오. 여러분 자신을 정결하게 한 후, 옷을 갈아입으시오. 우리는 이 곳을 떠나서 벧엘로 갈 것이오. 늘 나의 기도에 응답해주시고, 내가 가는 곳마다 항상 함께해주신 하나님을 위해 벧엘에 제단을 짓고 하나님을 예배할 것이오.”
야곱과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은 다른 민족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가지게 된 모든 불결한 물건들과 우상 조각들과 몸을 치장하던 장신구들을 야곱에게 내놓았다. 야곱은 그것들을 세겜 근처에 있는 떡갈나무 밑에 묻었다. 그리고나서 모두 함께 벧엘을 향해 출발했다. 야곱의 일행이 이동할 때, 하나님의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아무도 야곱의 일행을 건들지 못하였다.
야곱은 벧엘에 도착하여 곧바로 제단을 짓고 하나님을 예배하였다.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다시 나타나 말씀하셨다.
“너의 이름은 야곱이었지만, 이제부터 너는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다!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 너는 자녀들을 많이 낳고 크게 번성하게 될 것이다. 너의 자손들은 많은 민족들이 되고, 그들 중에는 여러 왕들도 나올 것이다.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준 땅을 다 너에게 주고, 너의 자손들에게도 주겠다.
그리고 나서 하나님은 그 곳을 떠나셨다. 야곱은 하나님께서 나타나 말씀하시던 곳에 돌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붓고, 그 곳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벧엘이라고 지었다.
얼마 후, 야곱은 아버지 이삭이 있는 헤브론으로 떠날 준비를 하였다. 야곱은 모든 가족들과 일행들과 가축과 재산을 가지고 벧엘을 떠났다. 그런데 이사하는 중에 야곱이 사랑하는 아내 라헬이 출산을 하게 되었다. 라헬은 쉽게 아이를 낳지 못하고 극심한 고통으로 힘겨워하였다. 마침내 라헬은 아들을 낳은 후,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아들의 이름을 베노니라고 지었다. 이는 ‘슬픔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야곱은 아들의 이름을 베냐민이라고 바꿔 불렀다. 이는 ‘기쁨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라헬은 베냐민을 낳다가 고통스럽게 죽게 되었다. 이는 아버지 라반의 드라빔 우상을 훔쳐간 자에 대한 야곱의 저주를 받았기 때문이다. 야곱은 슬퍼하며 라헬을 베들레헴 근처에 장사지내고 다시 길을 떠나 조금씩 남쪽의 헤브론으로 이동하였다.
야곱은 어느덧 아버지 이삭이 있는 헤브론 지역의 마므레에 도착하였다. 이 곳은 아브라함과 이삭이 살던 곳이다. 야곱이 아버지 이삭을 다시 만났을 때, 이삭은 168세, 야곱은 108세,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베냐민을 제외한 나머지 야곱의 아들들은 17~24세 즈음이었다. 야곱은 이삭이 죽을 때까지 헤브론에서 함께 지냈다. 이삭이 늙고 나이가 들어 죽게 되었을 때 이삭의 나이는 180세, 야곱은 120세였다. 에서와 야곱은 이삭을 아브라함과 사라과 리브가를 장사지낸 막벨라 굴에 함께 장사하였다. 이 때 요셉은 29세였는데, 불미스러운 일로 이집트의 지하감옥에 갇히게 되어 가족들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하는 처지였다. 대체 요셉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에서는 요단강 남동쪽의 세일에서 지냈다. 에서도 자녀들을 많이 낳았고, 에서의 자손들은 에돔이라고 불리는 큰 민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