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배터리를 충전하는 배터리를 얻고 나서

by leelawadee

지인에게 보조 배터리를 하나 얻었다. 아니 구했다.

외장하드 같이 생긴 새하얀 보조배터리는 말이 '보조'이지 무게와 크기로 따지만 내 스마폰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엄청난 컨텐츠를 가진 '슈퍼을'의 위엄이랄까.


소리없는 다이나믹 2016을 지내다 보니 외출이 잦아졌다.

빵빵하게 충전하고 하나의 여분을 가지고 나가도 오후가 되면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경고를 받는다.


스마트폰의 수명은 3년, 배터리의 운명은 2년이라며 이제 폰을 바꿀 때가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아직 나는 스마트폰을 바꿀 생각이 없고 그렇다고 카페나 공공장소에서 휴대폰을 충전하는 부지런함과 적극성과도 거리가 멀다.

가진 거라고는 친한 사무실에서 미팅을 하게 되면 충전을 부탁하는 정도의 뻔뻔함?

대책이 필요했다.


어찌되었든 나는 나의 필요에 의해 결국 보조배터리를 구했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다.

들고다니자니 보조배터리는 무겁고, 케이블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덕분에 원인과 대안을 찾아보게 되었다.


어쩌다 나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배터리가 필요하게 되었을까.

예전보다 손에 쥐고 들여다 보는 횟수와 시간이 늘었다. 궁금하지도 않은 뻔한 뉴스를 들여다 보고 있는 나는 좀 한심하다.

배터리의 수명이 빨리 다하는 만큼이나 눈의 피로도 빨리 느낀다.

노안이 왔다며 슬퍼하면서도, 좀 더디게 올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면서도 정작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할 노력은 왜 안하고 있는가 말이다.


이 글을 발행하고 나면 적어도 6시간 동안은 나의 필요없는 필요를 위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지는 않겠다.


그리고 나는 당분간 보조배터리를 휴대하지 않을 계획이다. 무겁다는 이유도 있지만 보조배터리를 믿고 의지할 게 뻔하다.

의지가 박약한 나로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과 보내도 된다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할 거다.


이 두가지의 방안을 찾으니 조금은 후련해진다.

이제 남은 건 실천뿐.


나에게 보조배터리를 구해 준 분에게는 미안하고도 감사하다.

선물을 받고도 바로 쓰지 않는 무례함이 미안하고

잠시 길들여진 나의 습관을 반성하게 해 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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