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을까?
'넌 정말 바보야. 와 그랬니?'
난 자꾸 중얼거린다.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해 기차 차창밖만 보기로 했다. 헉스베리강을 보니 조금 마음이 트인다.
어제 일요일이라 남편과 함께 시드니 북쪽 뉴캐슬 근처의 넬슨베이라는 곳을 가보자고 했다. 거의 30년 전 우리가 호주에 1년 체류할 때라 아이들 어릴 적의 추억을 그리고 우리의 젊음을 찾아 보자면서 마음이 들떴다.
호주에 와 한국과 방향이 반대여서 운전을 즐겨하지 않던 차에 남편은 당연히 오늘은 운전대를 나에게 주었다. 목표지인 넬슨베이 도착 전에 멋진 전망대로 가고 있었다. 올라가는 길이 좁고 구불거려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고속도로를 한 시간 이상 달린 나는 어젯밤 늦게까지 버틴 탓인지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거의 전망에 도달하는데 주차장 경사가 너무 심하다며 중얼거리는 순간 차가 급발진(?). 낭떠러지 난간을 들이받고 겨우 섰다. 난간의 쇠는 휘어지고 내 차는 왕창 우그러들었다. 다행히 문은 열리니... 이제 차를 고치는 험난한 여정에 눈앞이 깜깜. 한국처럼 빨리 가 안 되는 동네라.
브레이크대신 액셀을 밟은 게 분명했다. 남편에게 운전대를 넘겨주고 스스로 죄인처럼 느껴졌다. 이번 사건으로 계속 운전이나 할 수 있을지 무서움과 절망감이 진하게 덮쳐온다.
시간이 지나야 치유가 될 것 같다. 차도 나도.
"몸 안 다쳐 다행인 줄 알아."라는 남편의 위로도 별 소용이 없다. 그냥 세월이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며 내리 집으로 달렸다.
가끔씩 밉던 남편이 오늘은 구세주로 변했다. 사랑하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