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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Sep 19. 2023

괜찮은 척하면 괜찮아집니까

인정 욕구

며칠 전 '올드머니룩을 입으면 올드머니가 됩니까'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글을 썼었다. 나에 대한 얘기가 아니어서 쉽고 빠르게 써 내려갔었는데, 오늘은 '괜찮은 척하면 괜찮아집니까'라고 나에 대한 글을 느리게 쓰고 있다. 느린 이유는, 솔직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 때문이다. 솔직하면 나 자신이 '인정'이라는 키워드에서 멀어지는 걸 인정하는 것 같아서.






그렇다. 난 '괜찮은 척' 하고 있다.

괜찮다는 게 무엇인지 개인마다의 정의는 다 다르다. 누군가는 숨 쉬고 걸어 다니고 밥 거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라고 한다. 괜찮다고. 극단적인 경우도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인정'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생각해 왔고, 세상에서 인정받아야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근데 내게는 몇 년 전부터 '인정'이라는 키워드가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괴롭다. 그렇지만 티 내기 싫어서 괜찮은 척하고 있다.


그렇다. 난 '인정받는 척' 하고 있다.

쥐뿔도 없는 상태인데 인정을 바라고 있다. 자기 객관화를 못 한다기보다, 이 역시도 인정하기 싫어서 모른척하는 거다. (난 엄청난 척 쟁이었네...)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거나, 인정받을 것들이 없는 나의 상태를 보고 있기가 힘들다. 괴롭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명문상 개인사업자이지만 클라이언트가 없으니 수입이 없는 내 상태에서 나는 인정받을 거리가 없다. 내가 이것저것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한들 봐주는 사람이 없고 찾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내 능력을 필요로 하는 지도 모르겠고, 인정받을 기회가 없는 거다. 






그런데 사실, '인정의 주체는 내가 아니다'라는 것이 복병이었다.

유튜브에서 '인정욕구는 끝이 없다'는 주제의 영상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인정은 곧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서 인정되고 안되고 가 달라지기 때문에 끝이 없다는 것이다. 주변 환경에 따라서 인정받을 수도 있고, 별거 아닌 취급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정을 최고 가치로 생각한다면 끊임없이 갈증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정할 수 없었다. 


인정욕구 때문에 내가 갈피를 못 잡는 것이었다.

내가 인정욕구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욕구의 방향이 자주 바뀌는 편이었다. 이제 그 이유를 이제 알게 되었다. 나를 인정해 주는 주체는 즉 남이었고, 그러니 그 인정해 주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 내가 하려는 것들이 달라졌던 것이다. 


이걸 하면 A가 인정해 줄까? 

B는 이걸 좋게 생각하니까 

B를 하면 인정받겠지? 이런 식이다. 


무조건적으로 나를 인정해줬던 부모,친구,연인과 멀어지면서 결핍이 커져갔다.






인정욕구가 더 최악인 점은,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것들은 

두려움에 도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인정욕구의 허점을 알았으니 인정을 추구하지 않으면 되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학창 시절부터 불과 저번주까지만 해도 인정받고자 애써온 사람이 한순간에 바뀌기는 어려운 것 같다. 모든 사고의 기준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에 있었기 때문에 한 번에 회로의 전환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그 수준이 올라가고, 

현실의 나와 갭차이가 많이 난다. 즉 괴로움도 더 커진다.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에 따르면 자기실현의 욕구가 최상위 욕구이고, 그 밑으로 존경의 욕구가 있다. 이 욕구충족이론은 하위욕구가 충족되어야 상위욕구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맛봤었는데, 소속, 애정의 욕구와 더불어 안전의 욕구까지. 어쩌면 생리적 욕구까지 결핍되다 보니 더 복합적으로 갈증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

.

인정받지 못하면 나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게되는 나,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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