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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Oct 20. 2023

사실은 회피하는 중입니다.

책을 읽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



지식을 쌓기 위해서, 

세상에 대해 알기 위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보편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해야 할 것들이 하기 싫어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 어쩌면 지금도... )






'청소부터 하고 보자'가 아니라

우선 책부터 읽고 보자.


괜찮아 보이는 딴짓, 책.

꼭 해야 할 것들이 있을 때 딴짓을 하고 싶은 것처럼, 내겐 요즘 비즈니스 세팅과 디자인 작업이 해야 할 것인데, 그에 대한 소스와 정보를 찾겠다며 책을 읽고 있다. 책을 통해 얻는 인풋도 의미 있지만, 아웃풋이 나오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발현되는 의미가 없게 된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인풋 된 내용 역시,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져 갈 뿐이다. 하지만 책으로부터 얻는 인풋뿐만 아니라 각종 SNS, 뉴스, 논문 등 다양한 소스들까지 보게 된다면 포화상태가 될 수 있다. 때론 넘치는 인풋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한다. 책으로 회피하는 게 괜찮아 보일 수 있지만, 정당한 딴짓이 되려면, 적당히 잠시 환기시키는 정도로만 읽어야 한다.






회피, 그 이유.

사실 자신이 없어서다. 아웃풋을 끌어낼 자신이 없으니 계속 인풋만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하기 싫어서다. 조심스럽고 완벽주의 경향이 있다 보니 모든 세팅을 어느 정도 못 할 것 같으면 시작을 하지 않거나, 오픈을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아웃풋의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회피하는 거다. 요즘은 그 방향이 책으로 회피하고 있다. (음 그렇다면, 실행력을 키워주는 책으로 회피해 보면 어떨까?)


책은 좋은 거라는 합리화.

해야 할 것, 우선순위를 따져가면서 매일을 살아야 하는데, 책은 사실 최우선 순위는 아니다. 당장 내일을, 미래를 무조건 바꿔주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인생에 도움이 되는 거라며 회피하는 나를 괜찮다고 합리화하게 도와주는 수단이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가방에 책 한 권씩은 넣고 다니게 되었고, 학교 도서관에서는 이미 9권의 책을 빌려왔다. 차에도 두 권의 책을 조수역 옆에 끼워두고 있다. 하루에 한 장이라도 읽게 되기는 하지만, 읽으면서도 회피와 합리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를 발견한다.






회피의 의미 있는 결과물, 글.

책을 읽는 건 겉으로 티 나는 게 없지만, 글은 기록으로써 남는다. 적어도 뭔가 나에게는 의미 있는 아웃풋이 된다. 적어도 맞춤법 검사를 하면서 올바른 맞춤법이라도 익히게 된다. 매일 오전에 카페에 가는 나의 루틴에서는 첫 시작으로 메모장에 생각을 적거나, 계획을 세우거나, 스치는 생각들을 적으며 시작한다. 오늘은 그런 메모장 속 일부분을 브런치에 확장해서 적어가는 중이다. 작가도 아니고 구독자도 몇 없는 일반인이지만, '내가 30대에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구나'하는 기록으로써의 가치는 남을 것이다. 그냥 휴대폰으로 쇼츠만 보고 있는 것보다는 100배 나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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