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
지식을 쌓기 위해서,
세상에 대해 알기 위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보편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해야 할 것들이 하기 싫어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 어쩌면 지금도... )
'청소부터 하고 보자'가 아니라
우선 책부터 읽고 보자.
괜찮아 보이는 딴짓, 책.
꼭 해야 할 것들이 있을 때 딴짓을 하고 싶은 것처럼, 내겐 요즘 비즈니스 세팅과 디자인 작업이 해야 할 것인데, 그에 대한 소스와 정보를 찾겠다며 책을 읽고 있다. 책을 통해 얻는 인풋도 의미 있지만, 아웃풋이 나오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발현되는 의미가 없게 된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인풋 된 내용 역시,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져 갈 뿐이다. 하지만 책으로부터 얻는 인풋뿐만 아니라 각종 SNS, 뉴스, 논문 등 다양한 소스들까지 보게 된다면 포화상태가 될 수 있다. 때론 넘치는 인풋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한다. 책으로 회피하는 게 괜찮아 보일 수 있지만, 정당한 딴짓이 되려면, 적당히 잠시 환기시키는 정도로만 읽어야 한다.
회피, 그 이유.
사실 자신이 없어서다. 아웃풋을 끌어낼 자신이 없으니 계속 인풋만 반복하는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하기 싫어서다. 조심스럽고 완벽주의 경향이 있다 보니 모든 세팅을 어느 정도 못 할 것 같으면 시작을 하지 않거나, 오픈을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아웃풋의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회피하는 거다. 요즘은 그 방향이 책으로 회피하고 있다. (음 그렇다면, 실행력을 키워주는 책으로 회피해 보면 어떨까?)
책은 좋은 거라는 합리화.
해야 할 것, 우선순위를 따져가면서 매일을 살아야 하는데, 책은 사실 최우선 순위는 아니다. 당장 내일을, 미래를 무조건 바꿔주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인생에 도움이 되는 거라며 회피하는 나를 괜찮다고 합리화하게 도와주는 수단이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가방에 책 한 권씩은 넣고 다니게 되었고, 학교 도서관에서는 이미 9권의 책을 빌려왔다. 차에도 두 권의 책을 조수역 옆에 끼워두고 있다. 하루에 한 장이라도 읽게 되기는 하지만, 읽으면서도 회피와 합리화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를 발견한다.
회피의 의미 있는 결과물, 글.
책을 읽는 건 겉으로 티 나는 게 없지만, 글은 기록으로써 남는다. 적어도 뭔가 나에게는 의미 있는 아웃풋이 된다. 적어도 맞춤법 검사를 하면서 올바른 맞춤법이라도 익히게 된다. 매일 오전에 카페에 가는 나의 루틴에서는 첫 시작으로 메모장에 생각을 적거나, 계획을 세우거나, 스치는 생각들을 적으며 시작한다. 오늘은 그런 메모장 속 일부분을 브런치에 확장해서 적어가는 중이다. 작가도 아니고 구독자도 몇 없는 일반인이지만, '내가 30대에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구나'하는 기록으로써의 가치는 남을 것이다. 그냥 휴대폰으로 쇼츠만 보고 있는 것보다는 100배 나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