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강물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어. 친구와 함께 다리를 건너다 보름달을 발견하고 소원을 빌기로 했어.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는데 떠오르는 게 없었어. 급한 대로 '최애의 새 앨범 대박 나게 해 주세요!'를 빌고 눈을 떴어.
나는 특별한 소원이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어.'취직하게 해 주세요.', '잘생긴 남자친구가 생기게 해 주세요.', '수능 대박 나게 해 주세요.'... 내 소원이었던 것들은 이뤄졌거나 잊혀버렸어. 같이 있던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는 더 바랄 게 없으니 좋은 일 아니냐고 물었어. 나는 물끄러미 강물을 내려다보았어.
오늘 퇴근하고 집에 오는 버스에서 문득 있지도 않은 애인과 죽도록 싸우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 소리를 지르며 악을 쓸 만큼 간절하게 애정을 원하던 때가 있었어. 마음 졸이며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던 때와, 보고 싶은 얼굴을 떠올리며 부처님 앞에 연신 절을 하던 때도 있었지.
나는 요즘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아. 시간은 강물처럼 빠르게 흘러가는데 나는 옷깃하나 적시지 않고 다리 위에 올라서 있어.
2022.12.20. 더 바랄 게 없는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