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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기린쌤 Jul 03. 2020

발표는 제가 하고 싶습니다

단상 아래에 숨던 내가 마이크를 잡고 당당해지기까지

뭐 하고 싶으세요?


대학교를 다닐 때 조별 과제가 정말 많았다. 팀워크가 중요한 조별 과제는 '자료 조사, 자료 정리, 피피티 제작, 발표' 이렇게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전공과목은 같은 과 사람들이라 아는 사람들이지만, 교양 과목의 경우 거의 모르는 사람과 함께 진행했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 이름과 전화번호를 공유하고, 역할 분담을 시작하게 된다.

"역할을 나눠야 할 것 같은데, 다들 뭐 하고 싶으세요?" 팀원들에게 먼저 물어보는 편이다. 그럼 대부분은 자료 조사를 담당하고 싶어 하였다. 팀원들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나면 내 생각을 말했다.

1학년 때는 조심스럽게 "혹시 발표하고 싶은 분 없으시면, 제가 발표해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어보았고, 점차 학년이 올라갈수록 "저는 발표가 하고 싶어요."라며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의견을 말하였다.



당당한 자세를 배우는 기회


지난 글에서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아래의 링크)를 하면서 고등학교 때, 발표하면서 단상 아래로 숨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이랬던 내가 대학교 때는 발표를 도맡아 하는 모습을 그때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나도 바로 자신감을 가진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야율학습을 하지 않고 수어교실에 다녔었다. 이때 진행된 스피치 특강에서 권순해 강사님과 만났다. 강사님에게는 생생하고 당당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바르게 앉는 자세, 바르게 일어서는 자세, 미소를 띠는 방법, 발성 방법, 소개 방법 등 스피치에 대해 배웠다. 특강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스피치에 대해 배우면서 강사님의 당당한 에너지의 일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후 강사님과의 인연은 계속해서 이어가며 일상 속에서의 당당함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계속해서 되뇌게 되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고 본받고 싶은 분이다.



너는 발표를 어떻게 해?


대학교에 와서 했던 첫 발표가 아마 1학년 교양 과목 <예술 지식 프로젝트>의 조별 과제였다. 발표하는 강의실도, 앉아있는 학생들도, 교수님도, 마이크를 사용해야 하는 것도.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였다. 미리 대본도 적고 연습도 했었지만 너무 떨렸다. 마이크를 통해 들리는 내 목소리는 평소 목소리에 진동을 100배 추가한 것처럼 떨렸다. 드라마 <미생>에서 PT를 앞둔 장그래에게 오 과장님께서 '마이크를 통해 들리는 내 목소리를 들으며 더 긴장하게 된다고' 조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학교 시절 첫 발표를 떠올려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발표할 기회는 대학생 때가 아니면 언제 또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나는 조별 과제 때 가능하면 발표를 도맡아 했다. 대학원에서는 거의 대부분 수업이 발표로 이루어졌다. 대학원 학기 중 어느 날 아침에 친구와 카페에 앉아서 각자 발표 준비, 논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친구가 발표 준비를 하던 중 나에게 질문을 했다. "너는 평소에 발표를 잘하잖아. 발표를 어떻게 하면 돼?" 나는 언변이 뛰어나지는 않다. 그렇지만 발표를 할 때면 내 기대 이상으로 친구들에게 신뢰를 얻었고 칭찬을 들었다. 왜 그랬을까?



나도 연습을 엄청 해


친구의 질문에 "나 엄청 연습을 많이 해. 전에 너무 떨려서 숨은 적도 있어"라고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친구의 표정에는 놀람이 있었다. 나도 예전 모습을 떠올리고, 지금 모습을 생각해보면 많이 변했다고 느껴진다. 때때로 긴장이 되면 그 순간을 떠올리기도 한다. 나에게는 발판이 되었던 경험이니까.


첫 발표 이후 계속 발표를 도맡아 하면서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민해보았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입술이 말라 버벅거리기도 하고

시선 처리도 어렵고

대본도 못 외워서 피피티나 대본만 보고 읽기도 하고

읽으니까 표현도 너무 딱딱하고

화면을 쳐다보다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서 한참 고민하고

 '음...', '아...' 불필요한 간투사도 엄청 들어가고

목소리가 떨리다 보니 자신감도 없어 보였다.


교수님들께서 강의하실 때는 저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도 교수님들처럼 매끄럽게 말을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TED 영상이나 Youtube 영상을 통해 유창하게 발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보았다. 제스처는 어떻게 하는지, PPT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 어느 포인트에서 화면을 쳐다보고, 어떤 억양으로 어떤 목소리로 말을 하는지 등 계속 관찰하고 그 모습에 나를 대입하여 상상하였다.


나의 연습 과정은 이렇다.

1) 발표를 맡으면 자료 조사와 PPT 제작을 내가 하지 않더라도, 대본을 쓰면서 내용을 제대로 숙지한다.

2) 대본을 쓸 때는 PPT를 보면서 소리 내어 말하며 타자를 친다.

3) 중간에 설명을 덧붙여야 할 경우, 자료 조사한 내용을 보고 추가한다.

(대본에만 추가한 내용은 밑줄이나 진하게 등 다른 내용과는 다르게 표시해둔다)

4) 대본을 보고 엄청 빨리 정확하게 읽었을 때의 시간, 천천히 말하듯이 읽었을 때의 시간, PPT만 보고 혼자 생각해내서 했을 때의 시간을 측정하며 제한 시간 안에 들어가는지 체크해본다.

5) 엄청 빨리 읽을 때 버벅거린 부분이나 혀가 꼬인 부분을 유의해서 다시 소리 내어 읽어본다.

6) PPT와 대본을 함께 보면서 소리 내어 읽으며 언제 PPT를 보고, 대본을 볼지 확인을 한다.

7) 이후 긴장이 되기 때문에 열심히 표시해둔 대본을 틈틈이 확인한다(이러다 보면 외울 수 있을 거란 기대에).

8) 이 연습을 하는 동안 머릿속으로 당당한 연설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내가 당당히 발표하는 모습을 꾸준히 상상한다. 제스처와 목소리까지.






여전히 발표를 생각하면 속이 울렁거릴 만큼 긴장되고 떨린다. 나는 노력파라고 했던 것처럼 긴장과 떨림을 발판 삼아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한다. 연습을 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 들고, 좀 더 차분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사실 지금의 모습이 100% 완전하지는 않다. 아직 성장해나갈 부분이 많이 남았다.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그대로 멈춰있지 않아서 좋고,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이라 좋다. 이처럼 내 경험과 생각을 정리해본 결과, 자신감도 기회를 찾아야 하고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서도 발표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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