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에 근무하며 사진작가로 활동하기
농구선수를 포기하고 명품 브랜드에 취직해
사진작가로 향해가는 인생 여정
농구선수(특기생)에서 학생으로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큰 외삼촌댁에서 사촌 형과 농구대잔치를 보면서 농구공이 림을 가르는 '철썩'소리와 관중들의 함성에 처음으로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고 , 농구선수의 꿈을 가지기 시작한 날입니다. 운이 좋게도 농구부가 있는 중학교에 스카우트되어 특기생으로 진학을 하면서 꿈에 한걸음 다가갔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키가 생각처럼 크지 않았고 , 운동능력도 남들보다 뛰어난 게 없었습니다. 프로는 둘째치고 대학의 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끌면서 붙잡고 있어 봐야 어중간한 인생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농구선수의 꿈을 고등학교 때 포기하고 특기생에서 일반 학생으로 전환되며 진로에 대한 막막함과 함께 하고 싶은 일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농구 밖에 몰랐던 저에게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나의 미래에 대해 선택을 해야만 했지만, 운동만 했던 저는 아는 것이 너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었고 저 혼자 교실에서 겉도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농구부 친구들은 대학 진학을 위해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고, 교실에 친구들은 원하는 목표를 위해 자신의 시간에 충실한 사람들 같아 보였습니다. 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때부터 저에게는 꿈이 있는 사람들은 영화 주인공 같고 멋있어 보였습니다. 저의 현실이 그렇지 못했기에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나는 꿈이 없다
잘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첫 번째 좌절에서 두 번째 꿈으로
고된 체력훈련보다 힘든 건 꿈과 하고 싶은 일이 없던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사회에 무의미한 존재라는 생각과 새로운 진로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 적응하면서 처음으로 다른 꿈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자기의 노트를 스스럼없이 빌려주었고 집으로 초대해 시험공부도 같이 시켜줬습니다. 제가 도전할 수 있는 과목에 대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좌절감은 깊은 나락으로 빠지게 했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차츰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갈 무렵 우연하게 친구가 가져온 에스콰이어와 GQ라는 남성잡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교과서와 문제집만 보다가 처음 남성잡지를 접하니 전혀 다른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잡지에 나오는 모든 사람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옷으로 표현하며 컬렉션을 만드는 디자이너, 그 옷을 가장 아름답고 멋지게 표현해주는 모델, 화보를 만드는 사진작가와 에디터/아티스트들 사촌 형과 농구대잔치를 처음 봤을 때 감정이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이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구나 직감했습니다.
나는 할 수 있다
모르는 건 배우면 된다
첫 출근부터 14년 후
패션디자인 학교를 거쳐 지인의 소개로 인턴사원으로 입사하여 지금은 명품 브랜드의 supervisor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시작했으니 어느덧 업계에서 14년 차가 되었네요. 겉으로 화려해 보일 수도 있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직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패션을 좋아하는 어린 친구들이 많이 지원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포기하는 모습도 많이 보았습니다. 저 역시도 처음에는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첫 출근의 긴장감과 낯선 업무들, 고객응대와 함께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졌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모르는 건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하는 태도가 생겨났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진 건 어린 시절 가정교육과 운동선수를 하면서 만들어진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유일한 장점이라 생각하고 일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면서 제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시 첫 번째 절망감은 느끼기 싫었습니다.
명품 브랜드의 Branding
스티븐 마이젤 (Steven Meisel)
영감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직업/사진
당연한 말이겠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디자이너가 영감을 받아서 컬렉션으로 이어지고 상품이 생산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헤리티지를 고객이 경험할 수 있는 브랜딩이 엄청나게 잘 되어있습니다. 상품의 입출고부터 시작하여 창고/재고관리, 샵의 VMD(Visual Merchandising and Display), 고객응대/관리, CS 등 매장 운영에 관련한 모든 업무들이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동일한 가이드 아래 운영되고 있으며, 매장에 들어서면 콘셉트화 된 인테리어와 음악이 흘러나오며, 직원들은 가이드라인 안에서 고객 서비스 제공하고, 컬렉션을 함축적 이미지로 표현/광고하는 Campaign도 당연히 최고의 사진작가와 모델들이 만듭니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시즌마다 트렌드와 상품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활용하게 되는데 오랫동안 근무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브랜드의 영감과 스토리를 전하는 큐레이터/엠버서더 역할도 할 수 있고 고객 각각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면서 카운슬러의 역할도 할 수 있는 점이 제 개인의 성장에도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영감과 스토리를 표현하는 방식이 트레이닝되면서 당시 Campaing을 촬영했던 사진작가 스티븐 마이젤에게 매료가 되었고,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진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밖으로 나가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배우는 겁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많이 찍어보면
느낄 겁니다
우연한 인연이 가르침으로
제 직업의 특성상 다양한 직업의 고객을 만나지만 사진에 관심이 생기니 우연하게도 사진작가 김중만 선생님을 만나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사적으로 만난 자리가 아니라서 사진에 관련된 개인적인 질문이 실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선생님은 본인이 사진을 찍는 것도 물론 너무 좋아하지만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신다며 상당히 긴 시간을 저에게 할애해주시며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그중 선생님 걸어오신 스토리와 닿아 있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서 저의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고, 사진 얘기를 해주실 때 김중만 선생님의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당신의 인생에서 사진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피사체를 마주했을 때 어떤 태도로 촬영에 임하는지 느낄 수 있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선생님과의 만남 후 가르침대로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을 해보면서 저의 인생 경험과 견주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농구와 마찬가지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행위도 shooting인데, 처음 시작단계에서는 왼손 레이업 슛과 같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른손으로만 레이업 슛을 하다가 처음 왼손 레이업 슛을 하면 굉장히 어색하고 불편합니다. 스탭도 안 맞고 슛도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죠 하지만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감각이 생기고 오른손과 동일한 shooting을 할 수 있게 발전합니다. 사진도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을 하다 보면 빛의 방향과 강도, 질감을 이해하는 감각이 생기고 여러 모델을 소통/경험하면서 카메라 앞에 있는 피사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선이 생긴다는 걸 경험하였습니다.
당신은 사진이 뭐라고 생각해??
사진은 사실과 진실 일까??
내가 생각하는 사진은
사람의 진심이야!!!
보이는 것만 찍으려고 하지 말고
마음으로 바라봐
추석 연휴에 인천의 달동네에서 혼자 사진을 찍다가 골목길에서 사진작가 한 분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명절에 아무도 없는 달동네에서 카메라를 들고 마주친 서로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면서 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같은 사진가를 만난 것이 인연이고 기분이 좋아 오늘은 촬영을 그만해도 좋겠다고 하시며 저에게 사진 철학을 서슴없이 소개해 주셨는데 그때의 말씀이 지금의 사진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과거에 해왔던 작업들과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에 관한 이야기와 도움이 될만한 책들과 출판사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처음 만난 저에게 사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만으로 아무 대가 없이 참 많은 걸 전해 주셨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가서 바로 작가님이 추천해주신 책들을 주문하였고 해 주셨던 말씀을 곰곰이 되뇌어보았습니다. 기록으로의 사진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진은 마음이 담긴 사진이고, 사진을 촬영할 때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우연한 만남 속에서 두 분의 선생님의 가르침이 제 사진에 영향을 주셨습니다.
내 사진의 주인공
꿈이 있는 사람들하고 싶은 일을 하는
노력하는 과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
사진은 결국 내 마음의 이야기
어떤 주제로 소재를 찾아서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가 사진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가의 장비,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 나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찾는 과정이 먼저입니다. 그렇다면 주제는 자연히 정해지고 소재를 보는 눈을 뜨게 되죠 마음을 움직였던 영감을 표현해야 진정성 있는 내 사진이 담긴다고 느꼈습니다.
회사일도 힘든데 쉬는 날
사진 촬영하면 힘들지 않아요??
사진으로 또 다른 꿈을 꾸다
회사를 다니면서 몇 번의 이직을 경험하였고, 업계의 경력은 회사 안에서 유효하지만 회사 밖으로 나왔을 때는 농구를 그만뒀을 때처럼 나는 아직도 한 없이 작은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4년여의 사진 작업을 통해 만난 제 사진의 주인공들이 저를 성장시켜주고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를 주었습니다. 많은 오디션에 떨어져도 용기 있게 도전하는 패션모델들, 서핑보드를 즐기고 더 많은 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해양경찰, 일 끝나고 밤마다 연습하는 스케이트 보더, 농구선수, 트레이너, 소리꾼, 버스커, 바이올리니스트, 기타리스트, 셰프 등 다양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감사하게도 제 카메라 앞에 서주셨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타국에서 찾아온 모델도 있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사진이지만 이 주인공 분들이 없었더라면 제 사진과 이야기는 없었을 겁니다. 휴무에 사진 촬영이 있는 스케줄이 항상 기다려지고 설렙니다. 아직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은 분들과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현실의 어려움에 용기를 잃은 분들에게 제 사진으로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사진의 각각의 주인공들 이야기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