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직업에 대한 불안, 게임으로 해결하기

교육용 보드게임 제작 이야기_아모르파티

by 이민재
출처: Las Vegas Review-Journal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매 년 CES(전자제품 박람회)가 열린다.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상품들이 한 곳에 모이는 박람회 행사이며, 혁신(innovation)과 시장(market)이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내년에 이 것을 뛰어넘는 제품이 등장할까.'라는 생각은 1년이 지나고 다음 CES가 시작될 때 괜한 오지랖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리고 그것에 적응해 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걸음마 시작한 우리 딸도 하나 사줘야 하나

적응한다는 것은 변화 안에 인간의 '사고'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2015년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사족 보행하는 로봇 영상을 하나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는 일부러 로봇의 보행을 방해하려고 한 사람이 발길질을 하는데, 갑작스러운 돌발 변수에도 로봇은 이내 균형을 잡고 입력된 동작을 아무렇지 않게 수행한다.

놀라운 것은 균형을 잡고 보행을 이어가는 로봇의 탄력성이 아니라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바로 ‘로봇이 불쌍하다' 라는 의견이었다. 현재까지도 이 영상의 댓글창에 가면 '로봇의 인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뜨겁게 논쟁 중이다. *일라이자 효과를 눈으로 보는 순간이다. 기계에게 감정을 느낀다니 참으로 생소할 따름이다. 이런 낯선 현상들을 마주할 때마다 발전하고 있는 기술이 사람들의 가치 판단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느낀다.

*일라이자 효과_ELIZA effect: 정신과 의사를 모사한 프로그램이 환자와의 대화 내내 의미 없는 반응을 보였지만, 환자들이 그를 진짜 의사로 착각하고 대화를 나눈 뒤 위안받는 효과. 여기서 더 나아가면 컴퓨터나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인간다운 행위에 무의식적으로 인격을 부여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출처:나무위키
'직업이 사라진다'고 주장하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옥스포드대 마이클오스본 교수, 미래학자 토마스프레이

'직업' 또한 변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제부터인가 많은 미디어에서 사라질 직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동화와 시스템화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굳이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해석해주지 않아도 변화로 인한 어떤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다. 2016년 여름, 이 같은 불안에서 출발하여 제작한 교육용 게임, <아모르파티>이다.

공교롭게 이 게임이 발매된 이후 김연자 씨의 노래 <아모르파티>가 역주행했다.


사실, 미래에 사라지는 직업은 현시대의 존재하는 직업을 말하는 것이다. 직업 자체가 사라진다고 보기엔 어렵다. 없어지는 직업만큼 새로운 직업도 발생할 것이다. 기술의 발달과 사회구조의 변화, 그리고 사람들의 필요 등에 의해서 새로운 직업이 생성된다. 바로 이 게임은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원리, 창직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주로 한국 과학기술기획평가원_KISTEP 보고서를 참고했는데, 아래와 같은 직업 변화의 트렌드의 내용을 대상 연령(12세 이상)들이 접근 가능하도록 내용을 재구성하였다.

<10년 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 KISTEP, KAIST

보통 패키지를 열어 안을 들여만 보아도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또 그 비중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아모르파티에는 파티_FATI 카드가 게임의 이름을 결정지었을 정도로 아주 중요한 구성품이다. F, A, T, I 각 4가지 카테고리의 앞글자를 따서 이름을 붙였다.


미래 직업의 요소들을 4가지 카테고리 별 12장의 카드들로 접근한다. F는 미래기술_Future Technology을 의미한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처럼 드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기술의 발달은 직업뿐만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미래를 준비할 때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중요한 카테고리이다. A는 역량_Ability이다. 변화에 맞춰 행동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변화를 만드는 것도 인간의 능력이다. 창의력, 추진력, 인내심 등 인간의 역량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한 필수 동력이다. T는 대상_Target이다. 직업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그것은 분명 나의 일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어디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T카드는 직업의 호혜성을 나타내며, 여러 대상들을 나열한다. 마지막 I는 소질과 흥미_Interests이다. 분명 편익의 방향은 앞서 말한 다양한 대상이겠지만 직업의 주체는 언제나 자신이다. 창직, 구직의 과정에서 자아탐색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I 카드는 홀랜드 직업 유형_Holland Occupational Themes를 참고하여 적성을 나타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동사들로 표현했다.

아모르파티 구성품

FATI카드들은 투명한 소재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종류별로 겹쳐 조합할 수 있다. 이렇게 합쳐진 FATI카드는 보드판 위 자신의 카드덱 위에 놓는다. 이 행동을 새로운 직업을 만든 행위, 다시 말해 '창직'으로 간주하고, 카드에 적혀있는 숫자들을 활용하여 주사위 게임을 진행한다. 승자는 미래에 대두될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적힌 정사각형의 문제점 타일들을 획득해 나간다.


아모르파티를 더욱 간결하게 정리하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미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체험하는 게임이다. 다양한 카드 조합도 발생하고, 과정에서의 의미를 느껴보며 플레이를 진행한다. 실제로 2016년부터 많은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으며, 만족도에 대한 학생 설문의 긍정적 응답도 아주 높은 편이다.


중,고등학생 교육 사진
교원 연수 진행

교육용 게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게임이 끝나고 각 플레이어들의 FATI카드 조합들이 미래에 어떤 직업으로 등장할까 생각해보고 공유해야 한다. 더불어 획득한 미래사회 문제점 타일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직업이 필요할지도 함께 고민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주 평범한 땅따먹기 내지 주사위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게임을 통해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학교 수업에서 활용할 때는 게임 이후의 창직 활동을 진행한다. 교구를 활용한 교육 및 사전/사후 활동 진행을 위한 교안과 영상, 그리고 학생용 워크북도 제공(하단 링크 첨부)한다.


"Amor Fati"


막연한 미래의 두려움 가득한 사람들에게 철학자 니체가 말한다. 라틴어로 'Love your fate_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의미다.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고, 나를 둘러싼 변화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모든 선택과 행동에 집중한다면 더욱 의연하게 미래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 아닐까. 그런 기대로 이 보드게임, 아모르파티를 플레이하기를 바라본다.


불과 몇 년 전의 컴퓨터 종료 화면. jpg



[첨부자료]

#1. 튜토리얼 영상 링크_유튜브

#2. 교안 다운로드 링크_캠퍼스멘토 공식사이트

#3. 구매 링크_교구몰 공식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