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보드게임 제작 이야기_챌린저
‘세상은 누가 바꾸고 있는가'
이 질문에 난 주저 없이 기업가들을 떠올린다. (우리나라에서는 포토라인 앞에 휠체어 타고 등장하는 사람으로 그려지는 바람에 부정적인 견해들도 존재하지만) 고개만 둘러보아도 그들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겠지만, 어떤 것보다 가장 우선되었던 것은 바로 기업가의 도전이다. 변화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우리의 불편이 해소되고 있고,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고 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말을 인용하면 기업가의 도전은 세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다.
'그들이 가진 역량과 태도는 무엇인가’
그것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기업가정신 교육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하워드 스티븐슨은 “한정된 자원을 초월하여 기회를 추구하는 것"으로 기업가정신을 정의한다. “이봐 당신 해봤어?”라는 현대 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어록이 생각나기도 한다. 기업가정신을 정의하는 수사修辭가 조금씩 다르지만 문제를 해결하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정신이라는 의미는 같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외 많은 교육 기관에서 기업가정신을 연구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캠퍼스멘토는 2012년 교육부의 창의적 진로개발 SCEP_School Creative Career Education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이 과정 중 기업가정신을 다루는 창업과진로 <wi-fi>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다양한 수업 활동을 통해 기업가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들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이 기업을 만들고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을 계획한다. 더불어 조직을 만들고 자신이 꿈꾸는 회사를 상상하기도 한다. 일련의 활동으로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고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캠퍼스멘토는 이때부터 전국의 많은 학생들에게 기업가정신을 전달하고 있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와 만족도가 높다 보니 학교와 기관에서 많은 요청이 있다. 교육 대상들의 효과 측정은 차분하고 정교하게 바라봐야 하겠지만 바로 나타난 효과 하나는 교육을 전달하는 나 스스로가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전달하는 사람은 내용과 맥락을 완벽하게 숙지하지 못한다면 설명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에 200% 이상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기업가정신은 행동과 밀접한 개념이기 때문에 학생들 앞에 서기 전, 나는 그것을 잘 발휘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습관도 무언가 시도하고 도전하는 실천에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교육을 시작하고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의 반응과 운영 측면에서의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학생들의 재미와 교육적인 효과를 제고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필요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팀 원들과 치열하게 고민했고, 일선 선생님들과의 많은 논의가 있었다. 우리만의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2014년 여름, 캠퍼스멘토의 스테디셀러가 탄생했다. 경영 시뮬레이션 <챌린저> 보드게임이다.
돌아보면 이 과정이 바로 문제기반학습_PBL을 실천하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개발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모두 적용되어있는 학습 모형인 PBL_Problem Based Learning은 학생들 스스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영역과 사고 전략을 배워나가는 학습 형태를 말한다.
보드게임 설계는 처음이다 보니 아주 고된 학습이었다. 그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기업가정신 교육이라는 콘텐츠_Contents에 다른 구조와 맥락, 즉 새로운 콘텍스트_Context를 입히는 문제였다. 학생 교육과 교원 연수에서 쌓은 경험으로 기업가정신 교육은 눈 감아도 술술 풀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내용이었지만, 보드 게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형태를 접목시키다 보니 아무리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처음부터 다시 개념을 해체하고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팀 원들과 교사 분들의 의견을 모으고 수정하는 과정을 재차 반복했다. 덕분에 주변 지인들은 수 십 번의 플레이 테스트에 강제 동원되기도 했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연구, 개발에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을 통해 게임 제작에 가장 중요한 스토리와 게임의 플로우를 기획할 수가 있었다.
당시 참고한 게임은 크게 3가지였다. 국내외에서 기업가정신을 다룬 콘텐츠는 찾기 어려웠고, 보드게임 자체로 교실에서 활용하는 문화도 지금보다 더 낯선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던 게임을 소개한다. (글의 전개상 짧게만 공유한다.)
첫째는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_Robert Kiyosaki가 책을 바탕으로 만든 경제교육 게임인 Cashflow이다.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의식을 심어준다는 점, 게임 전, 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책에 대한 접근을 유인한다라는 점, 내용을 정리하고 자신에게 적용하는 워크시트를 활용한다는 점 등을 참고했다.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당시 중고품 거래 가격만 20만 원이었다. 사실 그것도 구하기 힘들어 수중에 넣지를 못했다. 아쉬운 대로 수소문한 자료 바탕으로 교육의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대해 연구하면서 우리의 콘텐츠도 이렇게 누군가 애타게 찾는 게임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었다.
두 번째는 모노폴리이다. 1935년에 출시되었지만 현재까지도 다양한 스핀오프 게임이 파생되고 있을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현실 세계를 보드판에 축소한 기획은 정말 훌륭하다. 복잡한 부동산 거래와 추상적인 경제 개념을 정량화하여 단순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게임의 규칙도 아주 직관적이다. 출시 당시 대공황이라는 경제 불황의 시의성과 사람들의 자본 증식의 욕구를 건드린 천재적인 기획이다. (다만 '부동산이 답이다.'라는 주제 선택이 과연 올바른 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의식과 개념을 게임화할 때 많은 부분 참고했다.
세 번째는 씨앗사의 부루마불이다. 부루마불은 모노폴리와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오마주한 것인지 모작인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참고했다 할 수 있는 점은 부루마블을 출시한 1980년대 당시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에 보드게임 문화를 일군 전력 때문이다. 나름 자신만의 사명을 가지고 시장에 도전했던 기업이다. 우리에겐 일종의 격려 같은 선례였다. 더불어 콘텐츠를 빠르게 이해시키고 받아들이게 하는 데에는 '얼마나 익숙한가’라는 개념이 아주 중요한데, 주사위를 굴려서 앞으로 이동하는 게임의 존재만으로도 교사와 학생들에게 챌린저 보드게임의 방법과 내용에 대한 원활한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와 유사한 모바일 게임, 모두의 마블이 당시 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 같은 게임들을 참고하여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한 챌린저 보드게임은 간단하게 정리하면 "역량을 모아, 미션을 해결하여, 보상을 얻는 게임”이다. 기업가정신의 작동 원리가 기본 플로우다. 4-6명의 플레이어들은 주사위를 굴려 보드판의 구역을 이동하며 기업가정신을 구성하는 7가지 대표 역량 키워드가 적혀 있는 챌린저 카드들을 획득한다. 기업의 여러 가지 경영 이슈들이 쓰여있는 미션 카드 또한 보드판 일정 구역에 도착함에 따라 가져 가는데, 이때 미션 카드에서 제시한 챌린저 카드 조합이 있을 때 챌린저 코인으로 바꿔 가져 갈 수 있다. 제한 시간 동안 가장 많은 챌린저 코인을 보유한 플레이어가 승리한다.
미션카드의 내용은 고객 마케팅_marketing, 경쟁사_Competitor, 인재 채용_Recruiting, 위기관리_risk management, 합병_ Merger 등 총 40 가지인데, 경영학에서 다루는 개념들을 대상 연령들에게 전달 가능한 방식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또한 시장, 실리콘밸리, 우수기업 선정, 창업기금, 경제 불황 등 칸마다 고유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특수구역이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전략 구사가 가능하다. 그리고 보드판을 한 번 돌면, 세금으로 챌린저 코인을 내는데, 플레이어는 미션카드도 한 장 받아간다. (현실의 납세처럼 일종의 안타까움(?)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낀다.) 더불어 자산이 없으면 ‘파산’하게 되는데, 한 차례 쉬고 다시 게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일종의 ‘재기’의 기회를 준다. 여러 가지 게임의 장치를 통해 기업가가 되어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을 체험한다.
가장 인상적인 룰이라면 아무래도 '시너지 찬스'라고 생각한다. 내가 있는 칸에 다른 플레이어도 함께 있다면 (윷이라면 업거나, 잡거나 하겠지만) 받을 역량 카드를 한 장 또 받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함께 모이면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난다는 상생과 조화를 상징한 개념이다. 서로 경쟁하지만 동시에 서로 협력하는 것이 창업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규범이기 때문에 실리콘벨리에서도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문화가 있다. 공유 오피스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위워크도 이 기치를 걸고 있기 때문에 혁신 기업에 속하는 것 아닐까? (그게 아니면 부동산 임대업일 텐데 말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의미들을 구성품과 규칙 속에 담았다.
출시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6,000여 개 이상이 판매되었다. 여러 번의 증 쇄를 거치며 디자인도 수 차례 업데이트했다. 감사하게도 좋은 반응들이 이어지면서 다음 후속작들을 만들게 되었고, 현재는 출시된 콘텐츠들이 수 십 종에 이른다. 회사는 벤처기업 인증마크를 획득하고, 기업부설 연구소를 개소하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교육 콘텐츠 개발 역량의 성장뿐 아니라 운영, 판매 그리고 유통에 대한 솔루션들도 갖게 되었다.
기업가정신을 다룬 보드게임 <챌린저> 제작은 개인과 회사의 무모하고 치열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느끼는 성취는 정말 감격스러울 정도이다. 여전히 부족함 투성이며, 깊이와 정교함은 만족하기 아직 어렵지만 오늘도 <챌린저> 보드게임처럼 앞에 놓인 미션을 해결하며 나름의 역량을 쌓고 있고 여러 가지 보상을 얻고 있다.
우리의 기업가정신이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있다.'
[첨부자료]
#1. 튜토리얼 영상 링크_유튜브
#3. 구매 링크_교구몰 공식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