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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Nov 18. 2021

뭔가를 찍는다는 것

찰칵

 셔터 소리와 함께 방금의 시간과 상황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라진 순간을 붙잡은 사진이기에, 무엇을 찍더라도 사진 모두 의미가 있다. 수잔 손택에 말 따라 죽음과 소멸을 내포하고 있기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그동안 내가 촬영한 모든 필름 사진들을 다시 보며 사진에 담은 이유와 담긴 의미 그리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영감을 찾아보려 한다. 500자 내외의 텍스트와 함께.


 필름 사진은 다지털 카메라로 만든 이미지보다 감각의 잔상이 오래 남지만, 그것만으로 당시의 감상을 생생히 불러내고 잊었던 정서를 깨우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저 꾸준히 영감을 다듬는 것이 목적일 뿐, 억지스러워도 좋다. 반향을 일으키지 못해도 괜찮다. 메모와 다이어리, 기억의 서랍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생각의 조각들을 사진과 함께 모아 보는 작업은 오래전부터 기대해온 일이다. 필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 과거의 내가 시작하여 오늘의 내가 글로 마무리하는 '필름의 기록 노트'. 이제 시작.

누굴 찍다 실패했을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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