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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Nov 25. 2021

체념

필름 사진의 매력 (3)

 필름 사진은 변수가 너무 많다. 카메라와 필름의 상태, 나의 조작, 그뿐만 아니라 현상소에서의 인화 방법에 따라 기대와는 다른 결과물을 만나게 된다. 사진 한 컷만이라도 원하는 대로 구현하고픈 열망 때문에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하지 않았을까.


 이 불편하고 불친절한 수동 필름 카메라를 쓰다 보면 느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실력이고, 다른 하나는 체념이다. 실력이야 아까운 필름 안 만들려고 공부할 수밖에 없다 보니 느는 것이고, 셔터를 누르고 현상할 때까지 품고 있던 기대가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매 번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체념도 느는 것이다. 예상과 실재의 차이를 더 줄여가며 실력과 체념이 반비례하기를 꿈꿔본다.


그래도 체념은 디지털카메라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에 필름 카메라만이 가진 매력이다.(라고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널 미워해야만 하는 거니

아니면 내 탓을 해야만 하는 거니


<현상하고 나의 기억을 의심한 사진들 여럿>(2017-2019) 부제: 너희들도 소재가 되었다니 다행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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