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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Mar 23. 2022

분수대 앞사람들

 분수대의 물벼락을 즐기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을 분수 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어른들. 모든 이들의 얼굴에 모두 미소가 가득하다. 렌즈의 초점 밖에 있어 선명하게 보이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웃고 있을 것이다.


난 그저 그들을 향해 가볍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뿐이다. 많은 이들의 즐거운 순간을 담는 일은 이렇게 쉬웠다.


 아마 올해 여름도 어김없이 더울 것이다. 뜨거운 광장을 식히기 위해 분수는 물줄기를 뿜어댈 것이고 사람들은 모여들 것이다. 여전히  필름도 넉넉하다. 하지만 과연  사진을    찍을  있을까. 행여나 많은 이들이 코와 입을 가리지 않은  뒤엉키며 뛰는 사진을 게 되더라도 그것은 흐뭇한 일상 사진이라기보다 사회 고발에 가까울 것이다. 팬더믹이 우리의 감상을 바꾸어놓았다.


 경제 원리가 희소성에서 출발하며 예술 작품의 가치도 고유함에 근거하듯이, 찰나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셔터를 누르는 순간 짜릿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진을 남길 당시엔 그런 감상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다. 이런 날이   알았더라면 최소한 역광으로 찍지 않았을 텐데. 그동안 모르고 살았던 것이 너무 많다.

<분수대 앞 사람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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