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민재 Mar 23. 2022

필름에 담기 어려운 사람들

 가장 필름에 담기 어려운 사람은 누구일까. 단연 아이들이라 생각한다. 촬영을 위한 어떠한 요구도 통하지 않을뿐더러 표정과 움직임을 예상할 수도 다.


 한동안 필름으로 지인들의 자녀 사진을 찍어줄 때가 있었다. 여러  찍다 보니 약간의 요령이 생겼다. 아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선 아이러니하게도 카메라를 내려놓아야 했다. 많은 시간을 아이와의 거리를 히는 것이 우선이었다.  시간은  아이가 낯선 사람에게 경계를 푸는 시간이자 촬영하는 이에겐 피사체를 관찰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 셔터를 누를  있는 최소한의 준비 , 결과물을 보장할 수는 없다. 보통 아이들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셔터스피드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실내의 경우, 빛이 부족하여 스트로브(외장 플래시) 필요한데, 아이들은  빛에 깜짝 놀라 카메라를 무서워하고 울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야외 사진은 괜찮은 것이냐. 아니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탓에 아이의 뒤통수, 혹은 핀이 나간 사진만 건질 뿐이다. 제대로  사진  컷을 위해 아까운 필름 수십  정도는 날려먹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  각오는 아이 사진의 기본값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미지가 흐릿해도, 포즈가 어정쩡해도, 아이 사진은 언제나 드라마다. 존재 자체로 감동인 것처럼.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