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함
끝은 언제나 있다.
이미 모든 걸 앞서가 기다리고 있는지,
시작을 겨우 뒤따라오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사람은 왜 확실하지도 않은 가능성 덩어리에
희망적인 살을 가득 붙여두었을까
왜 그 가능성 뒤에 찾아올 혹은 이미 우리를 기다리는 필연성
그 한 가지에는 온갖 슬프고
아픈 말들을 채워두었을까
그건 출발선을 끊던 순간의 기억 때문도 아니고
마지막 모퉁이를 돌아 제자리로 돌아올 순간의 미래 때문도 아니다.
출발선이 아니었을 수도 있는 그 점은 어떻게든 결승선이 되어 마무리되지만
출발선의 점과 결승선의 점의 위치는 다르다.
출발할 때와 같은 자리로 돌아왔음에도
결승선에 다다랐다고 느끼게 하는 그 이질감이
우리의 끝을 슬프게 한다.
시작과 끝은 손 틈 사이로 흐르는
움켜쥘 수 없는 가루와 같아서
가루가 없던 시절이, 가루가 없을 시절이
고운 가루가 보듬어주던 시절을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