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날 미워하던 그 분이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를 참 미워하기 마련인 거 같아요.
난 그 사람이 어린 아이의 감정으로는 밉기도 또 마주하고도 싶지 않았어요.
우리 친할머니 말이에요.
스무살이 된 지금 나는 다섯살로 다시 되돌아가
매번 유치원이 끝나면 할머니를 부르며 뛰어갔어요.
할머니는 그렇게 방방 뛰어대는 나를 쳐다봐주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등을 돌린 채로, 뒷짐을 진 채로 그냥 제 갈 길을 걸어가셨던 분이에요.
다섯살에서 중학교 3학년 사춘기가 되었을 때,
할머니는 요양원으로 가셨어요.
요양원으로 가는 날 아침. 가기 싫다고 우시는 할머니를 뒤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난 내 가방을 메고 학교로 걸어왔어요. 복수했다고 생각했어요. 나도 똑같이 이제 등을 돌릴 수 있구나 싶었어요. 그냥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았어요.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신 지 한달째
가족들과 요양원에 방문했어요. 다른 가족들 다 기억하는데 나만 기억을 못하는게 난 너무 속상했어요. 역시나 싶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았죠.
그러고 3년이 지난 지금, 저번주 주말에 엄마의 요양원 가자는 말에 왠지 모르게 다시 가게 되었어요.
두번째로 방문한 요양원에서 할머니는 나보다 한참 작아졌고 손과 얼굴엔 주름이 셀수도 없이 늘어났어요.
잠시나마 정신이 돌아오셨는지 손등을 짓누르며 나지막히 중얼거리셨어요
이게 껍데기야 이거밖에 안 남았어
그러고선 또 나에게 이름을 묻고 또 되묻고 할머니의 자식들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되묻게 되고 한참을 반복했어요.
난 할머니에게 손녀딸이 되다가도 3초 후엔 며느리가 되고 또 금방 할머니의 딸이 되기도 했어요.
그렇게 한참을 얘기해주고나니 고맙대요.
찾아와줘서 고맙다며 같이 이야기해줘서 고맙다고 연거푸 허리를 숙이고 인사하는데 난 눈물이 멈추지가 않았어요.
아무리봐도 미워보였는데 왜인지 안쓰럽고 측은하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미워하는 그 사람의 껍데기만 남았을 때 모습을 생각해보세요.
그 때를 맞이할 때, 보고싶진 않을지 혹여 나처럼 눈물이 펑펑 나진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