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시작

탱이 엄마로 시작

by ㄹㄴ

끝.

시작.


출산을 위한 휴가가 시작됐다. 회사 물품을 정리하고 차에 싣고 나의 최애 윤 팀장님의 배웅을 끝으로 회사 정문을 빠져나왔다. 휴직 기간을 확정할 3개월 전 즈음에는 마냥 오늘만을 기다려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삶이란! 회사 업무에 뒤꽁무니 쫓기지 않아도 되는 자유란!

하지만 막상 회사 밖으로 나오는 동안 마음이 아주 후련하지만은 않았다. 2주 전 기존 우리 팀은 두 개로 찢겼고 더 작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쳐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내 일은 대직자가 구해지기 전까지 아니 대직자가 업무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남은 인원들의 몫이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했다. 최대한 자료를 많이 남기고 설명을 상세히 적고, 메일을 여기저기 보내고, 잊은 게 없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고 내 딴에는 노력을 했지만, 그럼에도 남겨진 팀원이 걱정되는 마음은 쉬이 가시질 않는다.


그렇지만 회사원으로서의 '나'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이제, 엄마로서의 나도 돌봐야 할 때다. 사회생활은 대학을 졸업하는 동시에 경험하였으나 엄마의 삶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헤쳐 나아가야 할 관문이다. 태아 성장에는 임신 초기가 가장 중요하다는데, 입덧먹덧체덧에 더해 우리 회사는 점심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고 임신무기력증까지 찾아와 영양가 있는 식단을 잘 챙기지 못했다. 늦었다고 할 때가 적기. 지금이라도 우리 탱이에게 정성을 다하자 다짐한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감사한 일들을 기록한다.

우리 회사는 규모가 작아 사람들끼리의 크고 작은 갈등이 밖으로 잘 드러난다. 별게 아닌 일도 모두의 귀에 들어가는 환경. 업무에 치이는 것도 모자라 소모적인 논쟁까지 듣고 앉아있으면 에너지가 쉽게 고갈된다. 누군가는 우리 회사가 유독 갈등이 많은 편이라 느낄지 모르지만 난 규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큰 조직에서 하나의 사건은 하고많은 문제상황 중 하나일 뿐이니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부서가 다르면 전해 듣기도 어렵다. 어찌 되었든, 사내 갈등에 자주 노출되면 사건에 얽힌 이들에 더해 내가 다니는 회사 자체에 실증을 느끼게 되는데, 반대로 좋은 사람들은 더 소중한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출산소식을 들은 회사 동료들은 하나같이 축하하는 마음을 전하고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을 챙겨주고 근무지가 다른 동료들은 영상통화로라도 업무 마지막(?) 날의 나를 배웅해 주었다.


고마운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

잊지 않고 꼭 은혜를 갚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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