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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경 Dec 04. 2023

'효과적'임을 두려워말기

현명한 스로우 라이프

'똑똑히'보단 '열심히', 토끼보단 거북이가 낫은 줄 알았다.


'노력'과 '헌신'이라는 단어는 어렸을 적부터 자랑스럽게 가슴 앞 매고 다니는 메달이었고, 나는 무엇이든 '열심히'하려고 하는 자신을 기특스럽게 여겼었다. '나는 열심히 하잖아'는 어느새 만사의 만트라가 되어 작아지는 느낌이 들 때마다 나는 더 많이 '열심히'라는 단어에 매달렸었다.  


하지만, '열심히'라는 꽤 멋져 보이는 커튼 뒤에는, 몇 시간 동안 일을 길게 물고 늘어지는 것을 넘어서 빨고 있고, 일을 미루는 것에서 오는 걱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일상이 숨어있었다.


그 모습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파트너 P가 어느 날 답답했는지 나에게 톡 쏘는 일침을 두었다. "Why don't you work more smart and effectively?"


왜 더 현명하게, 효과적이게 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나는 급히 변명거리를 찾았다.


"나는 열심히 살거든." 나의 노력을 왜 인정하지 않느냐라는 듯이 내가 뚱하게 말했다.


"Don't be afraid to be effective." 효과적임을 두려워 말라고 P가 말했다.



효과적임을 두려워 말기


나는 '효과적', '생산성'이란 단어를 부정적인 시선을 보았다. 자본주의에 물들어 무엇이든 빠르게, 효과적이게, 생산성 있게 하려는 기계적인 방식은 인간적이지 않으며 내면 성장에 거슬리는 것인 줄 알았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의 문화에 감탄을 하면서도 현기증이 나는 것은 그 문화에 익숙지 않아서일까, 멀리에서 와서 그 문화가 더 부자연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물론, 지나치게 효과적임을 쫓는 것은 해가 되지만,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의미를 찾는 인간에게 효과적이게 일을 하는 것은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기술과 능력이다. 효과적이게 일을 하면서 내면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지키는 연습은 오히려 자존감을 키우고 내면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효과적임을 두려워하는 감정 밑에는 '나는 부족하니 열심히 해서라도 그 부족함을 들키지 않아야지'라는 두려움이 있다. 과거 중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 같은 책도 나는 다른 중국아이들보다 2배 3배는 열심히 공부하고 배웠어야 했다. 그 기억이 '나는 부족해'라는 아픔이 되어, 나는 무의식적으로 효과적임을 거부했다보다. 빠름을 추구하였던 나에게 스로우 라이프로의 전환은 치유의 길이였고, 스로우 라이프에서 효율적으로 일과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은 한층 더 지혜로워지는 과정임이 보인다.




효과적임을 받아들이기


나는 예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면 몸이 덜덜 떨리는 것처럼 느껴졌고, 너무 많은 에너지가 순식간에 방출되어 어찌할지를 모를 때가 많아 가능하면 자제하였다. 하지만, 콜롬비아에 살면서 커피는 자연스러운 일상문화로 녹아내려져 어느새 나도 무궁무지한 커피의 세계의 입문을 했다.


며칠 전부터는, P가 아침에 내려준 커피 반잔을 마시며 시간을 정해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기본 2~3시간 잡았던 일을, 딱 1시간만 정해서 '효율적'이게 일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커피의 도움이 큰지, 새로운 마음가짐이 힘을 보태는지,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인지, 그전에는 경험하지 못하였던 집중력이 마법처럼 솟아나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효율성을 경험하였다. 일을 한 시간 한 후는, 가차 없이 쉬는 것을 수용한다. 쉬면서도 일을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습관이 된 나에게는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도 하나의 명상이 되어, 내면의 파동을 알아차리는 연습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 오후에도 1시간을 정해 일을 한다. 어제는 보통 며칠을 질질 끌어서 완성해야 할 일을 1시간 만에 끝나고 전송버튼을 눌렀을 때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이렇게 효율적으로 일을 끝냈다고?' 한동안 믿을 수 없었다. 미루는 것이 더 당연하고 스트레스받는 것이 더 일상인지라, 효율적임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과정이 필요하였다.



일을 효과적이게 하는 것은 쉼도 가차 없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현명한 슬로우 라이프, 이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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