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진보가 되었나

왜 나는 고통받고 있는가...

by 리나권

나는 꽤나 진보다. 누가 봐도 나는 진보다. 책을 읽는 취향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나는 분명한 진보다. 하루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진보가 되었나. 왜 진보가 되어 이 세상에서 고통받고 있는가. 생각 끝에 결정적인 계기가 두 개가 생각이 났다.




첫 번째 계기는 중학생 때였다. 놀랍게도 나는 보수의 끝인 대구에서, 영어학원에서, 한 원어민 강사에 의해 각성했다. 내가 다니던 영어학원에서는 레벨을 나눠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영어학원에서 어느 정도 레벨이 되면 매주 수요일, 영어로 에세이를 써서 발표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그때, 공교롭게도 내가 뽑은 주제는 '왜 사람들은 가난한가?'였다. 나는 그 시간에 별생각 없이 사람들이 "hard-working"하지 않아서 가난하다는 우파적인 발표를 했다. 나의 대답을 들은 원어민 강사가 나를 굉장히 한심하게 쳐다봤다. 원어민 강사가 봤을 때는 그 당시 한 달에 20만 원이 넘는 학원에 다니는 중학생 꼬마의 발표가 얼마나 같잖았겠는가.(물론 부유하게 자라지는 않았다. 엄마가 굉장히 무리했었다.)

원어민 강사는 '너는 아프리카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어? 그들은 매일 16시간 이상의 고강도 노동을 하고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어. 근데 그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아서 가난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라고 내 발표에 피드백해 주었다.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세상을 조금 다르게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게 내가 진보가 된 첫 번째 계기다.


두 번째는 대학생 때의 개강 미사였다. 당시 정치 상황이 매우 혼잡한 때,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있었다. 신부님께서는 너희는 진보와 보수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생각해 봤는지 우리에게 질문을 하셨다. 고작 대학생인 우리는 대답하지 못했고 신부님은 바로 설명해 주셨다. 진보는 '나눔'을 중요시 생각하고 보수는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두 가지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냐에 따라 성향이 결정된다고 말씀하셨다. 신부님의 말씀에 고민했다. 나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 그때 명확하게 깨달았다. 나는 진보구나...




아마 저 두 가지 계기가 아니어도 나는 진보였을 것이다. 나는 보수적인 경상도에서 태어나 차별에 대해 강하게 저항하는 아이였고 우리 어머니는 매번 노동당을 찍으실 정도로 진보적인 분이다. 결국 위 두 가지 경험은 스스로를 진보로 '인식'한 계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