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가 어떻게 나를 살렸는가

복지로 지탱되던 삶이 어떻게 완성되는가

by 리나권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진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지역에 본가가 있고 같은 동네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방세를 내며 살고 있으며 꽤나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 증거로, 지금의 나는 어떠한 청년 복지를 받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진보를 지지하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복지'때문이다. 나는 적극적인 복지를 지지한다. 내가 세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내더라도, 그로 인해 내가 조금 가난해지더라도 상관없다. 진심이기에, 누군가 나를 위선자라고 비난해도 개의치 않는다. 정확한 근거가 있는 복지라면 언제나 환영한다. 특히 아동을 향한 지원이라면 더더욱.




복지는 항상 논란이 많은 주제이다. 퍼주기다, 포퓰리즘이다, 사회주의다, 세금 낭비다 등등등... 여기에 나는 복지는 결코 퍼주기도 세금 낭비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나의 경험을 풀어보겠다.

우리 아빠는 오래 아프셨다. 만으로 6년 넘는 병원 생활을 하셨고 병세가 악화될 때마다 중환자실에 가셨고, 응급실에 간 적도 많았다. 쓰러지신 지 1년쯤 뒤에, 우리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고 의료비 혜택을 받았다. 만약, 복지가 없었다면 우리 집은 말 그대로 무너졌을 것이다. 아버지의 병원비로 인해 우리 집은, 아니 우리 가족은 허덕였을 것이고, 아버지를 존엄하게 보내드리는 것조차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어떠한 복지 혜택에도 해당되지 않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유, 급식, 수학여행, 인터넷비 등 거의 모든 지원을 받던 내가, 이제는 아무런 혜택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그날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엄마, 나 이제 어떤 복지 혜택에도 안 들어가. 근데 나 좀 기분 좋다?"


건방진 말이지만, 이제 내가 '평균의 삶'이 되었다는 증거 같았다.

물론 나는 결코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복지 덕분에 무너지지 않았고, 지금은 나도 내 몫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나의 경우가 운이 좋은 경우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나와 같은 경우가 열에 하나라도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나는 20대 중후반 돈을 벌기 시작해서 적어도 60대 중후반 생산 인구로써 적극적으로 세금을 낼 것이다. 또 생산 인구로서의 역할이 끝난 후에도 소비자로서 성실히 세금을 낼 것이다. 20년가량 받은 혜택을 단순 세수로만 따져도 3배는 사회에 보답할 것이다.


복지란, 한 명의 ‘아동’을 세금을 받는 국민이 아닌, 세금을 내는 성인으로 키워내는 일이다. 이를 세금 퍼주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20년간 세금을 지원해 80년간 돌려받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아니면 단기 이익을 위해 장기 손실을 감수하겠는가? 국가가 하고 있는 복지는 결코 세금낭비라 비하할 수 없다. 그것은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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