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

여름날

by 리나권

여름이 되면 저마다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생각나는 음식은 무엇인가?



나는 콩국수다.






나는 꽤나 오래 시장 근처에 살았다. 망원시장, 서문시장, 평화시장처럼 거창히 거나 커다란 시장이 아닌 자그맣고 정겨운 시장 옆에 살았다. 작은 시장 옆에 8~9살까지 할머니 손에 자란 나는, 여름마다 콩국수를 자주 먹었다. 질려서 생각나는 음식이냐고? 아니! 나는 콩국수를 아직도 정말 좋아한다.


여름이 되면 할머니가 자주 물으셨다.


"리나야, 콩국수 묵을까?"


라고 물으시면 나의 대답은 "네!"였다. 그러면 할머니께서는 곧장 내 손을 잡으시고 시장 후미진 골목, 맷돌에 콩을 바로 갈아서 파는 집으로 향하셨다. 꼭 정해진 단골집은 없었지만 아무 곳에서 들어가서 콩국물을 꼭 오백 원 치만 사러 가셨다. 오백 원 치의 진한 콩국물에 물을 타고 얼음을 동동 띄워서, 할머니와 마루에 마주 앉아 콩국수를 먹곤 했다. 마루는 눅눅했고 햇살은 따가웠고 공기는 습했지만 콩국수는 시원했다. 그래서 그런지 콩국수를 먹고 있을 때만큼은 덥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또 그런 날도 있었다. 더운 여름날, 할머니와 옥상에 야전 침대를 펴고 누워서 자고 있었다. 누워서 한참을 자고 있었는데 비가 똑 똑 떨어졌다. 잠도 오고 더워서 내심 비가 반가웠던 나는 '에이, 곧 그치겠지.'하고 계속 누워있었다. 하지만 비가 그치지 않자 곧 할머니를 깨웠다.


"할머니! 비 와요! 점점 많이 와요!"


하며 깨우자 할머니께서 비가 오는 줄도 모르고 잤다고 깔깔 웃으셨다. 침대는 금세 접혔고, 우리는 웃으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그날도 남은 콩물로 또 콩국수를 말아주셨다. 그날 할머니와 먹었던 콩국수는 아직도 내 기억에 유난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아마 그날 맞은 비 때문이 때문이, 할머니의 웃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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