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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프랑스 레스토랑 이용 방법

by 김여행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프랑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레스토랑에 돌아다녔다. 친절한 곳도 있었고, 두고두고 기억나도록 맛있었던 곳도 있었고, 영어를 쓰지 말라며 면박을 주던 무례한 곳도 있었다. 미식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오늘은 음식얘기가 아닌 프랑스 레스토랑의 친절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프랑스에서 영어를 쓴다는 것

남프랑스 니스근교 어떤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름 정확한 미국식 발음의 영어로 천천히 또박또박 메뉴 질문을 하고 있는데 웨이터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불어로 주문하라고 면박을 줬다. 나는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점차 기분이 매우 불쾌해졌다. 이건 분명한 인종 차별이다. 결국 어수룩한 불어로 주문을 했고 계속 주문 미스가 나서 음식은 맛있을지언정 레스토랑에 대한 경험은 정말 별로였다.


영국이 제국으로 발전하고 식민지를 전 세계로 확장하면서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뻗어나갈 때 프랑스는 영국에 대한 열등감을 많이 느꼈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 프랑스에 와서 당연한 듯이 영어로 주문을 하는 건 마치 한국에 관광온 서양인이 한국 식당에서 중국어로 주문을 하면서 아시아의 주류는 중국이니 중국어로 모두와 대화가 가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참 어렵다. 몇몇 젊은 프랑스인들은 영어에 대한 부담 없이 나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려고 하지만 어떤 프랑스인들은 영어라면 고개를 젓는다. 나는 보통 첫 인사와 메뉴정도는 최대한 불어로 이야기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질문이나 선택지가 나오면 짧은 영어를 단어위주로 던져보고 상대방이 영어를 곧잘 쓴다 하면 그때부터는 편하게 영어로 이야기하는 편이다.


프랑스에서는 친절을 포기하자. 그렇다고 무례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프랑스는 노동자의 지위가 중요한 국가다. 그래서 손님과 웨이터 간에도 갑을 관계란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손님은 편하게 앉아서 맛있는 음식을 받아먹는 입장인데 웨이터는 하루종일 업장을 뛰어다니며 음식과 빈 그릇을 날라야 한다. 불행한 건 웨이터인데 왜 행복한 손님들이 웨이터의 친절까지 요구할 수 있는가? 그래서 실제로 현지인들을 보면 손님이 더 친절하고 웨이터는 무뚝뚝한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어느 순간 프랑스에서는 이게 당연한 거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니 마음속에 자리 잡던 불만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그들은 내가 동양인이라고 인종차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원래 그런 마인드로 살아온 사람들일 뿐이다. 애초에 처음부터 친절을 기대하지 않고 그냥 맛있는 프랑스 음식을 제때 제대로 가져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메뉴를 읊으면 웨이터랑 서로 피곤한 감정 줄다리기를 할 필요가 없다.


특히 웨이팅이 많고 바쁜 가게일수록 웨이터로부터 좋은 서비스를 받기가 더욱 어렵다. 장사가 잘되는 가게다 싶으면 처음부터 마음의 준비를 조금은 하고 들어가야 한다. 대체로 음식이 괜찮을수록 웨이터는 무례한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웨이터가 친절해질 때는 내가 간택받았을 때다. 머리 까만 동양인이 갑자기 어수룩한 프랑스어로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하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웨이터는 메뉴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알려주고 내 우리 테이블을 수시로 주시하면서 미소를 보여준다.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았을 때는 몇 유로를 팁으로 남겨두고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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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니스 근교 빌프헝슈 쉬르 메르에 있는 LOU BANTRY 레스토랑, 위 경험하고는 상관없는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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