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2025/12/16

by 나무느을보

1.


인파가 붐빈다. 사람사는 이야기 그 모든 것들이 징그럽게 얽힐 즈음하여 당신은 홀로 되었다.


열두달이 흘렀다. 사람들 중 몇은 멈추었고 몇은 살아 꿈틀대듯 변하고, 몇은 사라졌다.


맞은 편에 두손을 맞잡고 기도문을 외는 모녀(母女)가 둘 있고, 들리는 바로는 어머니는 큰 수술을 앞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그것은 두 모녀의 선선한 나들이인 셈이다. 또 다른 인간 구석자리서 엎드려 잠을 청하느 인간도 있다. 나는 무엇인가 텅 비어버린 것만 같다. 약기운과 함께.


내가 정신증자라는 것을 안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줄곧 온 세상이 바늘로 찌르듯 아팠는데 세삼 그것들은 비정상이란 이름으로 정의가 된단다. 모두 아픈 것이라 말한 이들은 말을 꼬아 없었던 것으로 되었다. 나는 멍청하게 웅크린 겁쟁이가 되어 있었다. 그저 첨예하게 상황이 겹치는 통에 그것을 잘 숨긴 것이라고 말이다. 숨기고 싶지 않았건 말건.


환청과 의도되지 않은 기억소실을 겪고서 나는 약을 처방받았다. 그 약은 심히 독하다. 나는 일상을 약과 함께 구겨넣은 채로 그것과 함께 사는 법을 알아야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루 중 몇 시간을 글과 함께 보낸다. 읽는 일을 넋과 함께 묶어둔 채 나는 혼잣말처럼 썼다. 지금도 그 일부다.


2.


반짝이는 인조트리, 누군가 피우는 성질, 누락된 기억, 이상하게 뒤엉키는 기억. 믿을 수 있는 것들이 없다.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다. 종이의 배면을 철(徹)할 수 있다던 청년의 눈은 이제 누렇게 떴다. 천정이 녹색으로 변하고 나는 그 아래에 섰다. 사람들이 몰린다. 나는 청년이 두렵다. 새파랗게 질려서 피를 끓이는 이들은 언제나 실수를 저지르는 법이다. 누군가 다치거나 죽고나서야 비싼 배움을 익힐 것이다.

내가 사는 고장엔 노인들이 많다. 앞으로도 더 늘어갈 것임은 분명하다. 어떻게 그 일을 막겠는가. 나조차도 늙는다. 편히 늙진 못할지언정 늙어간다. 수많은 좌석들이 이제는 비었다. 빈 곳 틈틈이 오가는 걸레질과 희끄무레한 벌레들이 비로소 눈에 든다. 달아나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벌레라도 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