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7
3.
차갑게 얼어붙은 강가 위로 부리를 박는 흰 새들과 나부끼는 억새가 있는 곳.
천변에서 햇살에 녹진해지는 얼음의 물기와 싸리빗질을 이어가는 열쇠가게 아저씨. 넋놓고 모든 것들을 구경하노라니 무엇하나 어긋남 없이 차분하다. 사람들은 뭔가를 잃고, 울고, 얻고, 또 다시 잃고. 수면 아래로 고개를 박는다. 그곳에 작은 물풀 사이 송사리라도 뒤엉길까 싶어서 그런 모양이다.
억새들은 골바람에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마치 조릿대처럼 그것들은 버티고 서 있다. 모두가 일터로 향한 그 순간에 나는 하릴없이 그 자리에 공백처럼 자리했다. 흰 먼지에 따라 활강하는 버들가지와 새들이 있다. 나는 새처럼 머리통을 쉽고 간편하게 만드는 법을 모른다. 고물상의 개처럼 그곳에 멍하니 매어져서 자리를 지키고 반기는 법도 모른다.
나는 매일 줄 아는 이들을 동경한다. 그루터기. 개. 그리고, 그리고 또.
왜 견디지 못하는가? 뿌리를 기진 이들이 명민하지는 못할지언정 그들은 버티고 서는 법을 안다. 나는 어째서 그것이 불가한가? 무너지고야 마는가? 생각을 멈추고 싶어지면 나는 천변으로 향한다. 차갑게 눌어붙은 얼음들과 작은 볕줄기에 비치는 억새들이 있는 곳. 그처럼 머무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