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히고 풀리기를 반복한 끝에 다다르는.
기억이 뒤척이는 곳에 웅덩이가 진다. 웅덩이는 웅크린 태아의 형체로 시작하여 머리통을 둥그렇게 부풀려놓았다. 한참을 먹먹하게 움직이던 그는 고개를 들고서 밤의 상념과 싸운다. 무엇인가가 그의 가슴팍에서 빠져나간 듯 허망하다. 갈빗대 사이로 심박을 닮은 것들이 모래 알갱이처럼 흩어졌다. 작은 잎들이 우거진 덤불 속에 녹음이 우거진다. 달빛이 부서진다.
늦은 주말 아침의 볕을 맞으며 그는 먹먹하게 서 있다. 줄향처럼 몸을 꼼꼼하게 감싼 이들이 지나간다. 그들에겐 아름다운 젊음이 내려있다. 그는 자신의 거칠어진 두 뺨을 비비다가 문득 부끄러워졌다. 어젯밤 몸을 누인 잠자리에 만들어 놓았던 왼쪽과 오른쪽으로 뒤척인 모양새가 눈에 선했다. 그는 지금 겨우 개의 얼굴을 한 것처럼 보인다. 눈은 형형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기억으로 말미암아 끌려들었기 때문이다. 귀신이 넋을 거두어 간 것처럼 이루어진 그날의 발광은 기억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그 기억의 혼란으로부터 결코 적지 않은 시간들이 흘렀다. 사내는 컥컥한 숨을 더는 몰아쉬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지난 일이다. 격앙시키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다고 여긴 것들은 진즉에 해변의 모래성이 되어 부서진 지 오래다. 부지불식간에 늙어버린 기분을 그는 안다. 그는 밀알만 한 기억에 또 다시 이끌려 들고야 만다. 그게 내밀한 고통으로 작용하는 한 그는 그 순환을 여실히 겪으리라.
진흙에 발을 빠뜨리고서 그는 오랫동안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다렸던 것 같다. 있지도 않은 호수 늪이 자신을 잘게 찢어발기길 기다렸지만 실은 그곳에 그 혼자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기억은 마멸되고 하찮은 헝겊처럼 무의미해진다. 생을 조망하였을 적에 그것은 심히 괴상한 것이다. 그저 보통이라 믿었던 하루하루가 모여서 괴상한 것이 되어간다. 큰 호수 같던 밤의 뒤척임이 좁은 연못으로 죄어들었을 때에 그는 비로소 진흙에 두 발을 모두 빠뜨리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