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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원 Jan 01. 2023

어쩌다 새해, 2023

강박과 불안에서 여유와 위로까지

잠깐 사이 지난해가 되어버린 2022년은 나에겐 참으로, 괜스레, 그냥, 늘, 갖다 붙일 수식어가 있다면 모조리 붙일 수 있을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해였다.


연초부터 무언가 아주 많이,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만큼의 무언가가 되어가지 못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불안과 초조는 서서히 나를 갉아먹었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연말이 된 걸 보며, 다시 한번 강박에 휩싸인 채 1월부터 다가올 새로운 일들을 준비하느라 또다시 급급했다.


31일이 31일인 줄도 모르고 맞이한 채 그저 또 할 일을 하던 중, 저녁쯤 되니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이 올리는 연말과 연초의 기록과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바로 지금 강제로라도 여유를 만들어야겠다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그리고 바로 연말 정리모드를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의 릴스라는 기능을 이용해 최근 들어 가장 마음에 동해버린 노래한곡을 선정하고 올해의 사진들을 훑어봤다. 사진첩을 내리고 내리고 또 내려도 도무지 1월의 사진이 나타나지 않을 만큼 기록이 많이도 쌓여있었다.


그것들을 보면서 '사진만 봐도 여유가 있을 수가 없었네' 싶었다.


올 한 해의 나는 작업으로 시작해서 작업으로 마무리를 했다. 연초의 사진을 보다 보면 '맞다 이거 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근데 이게 올해였나?' 싶은 생각이 교차한다. 그렇게 교차하는 생각들과 함께 앨범을 계속 훑어서 눈에 띄는 사진들을 몇 장 골라냈다. 미처 다 고르지 못한 사진들이 많지만, 올해의 나는 성과가 얼마큼 났는지와 무관하게 정말 열심히 살았었다.


잠시 생각나는 것들을 나열하자면, 나와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살겠노라 다짐하며 체력회복을 위한 운동을 시작했고, 그토록 쳐보고 싶었던 스쿼시도 배웠다. 스쿼시를 함께 쳐주는 친구가 있어 덕분에 그 친구를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만난 해이기도 했다.

조금 더 방향성을 가지고 길을 나아가고자 코칭도 받았었고, 그렇게 수립된 활동계획대로 아트와 비즈니스를 병행할 수 있는 길을 하나씩 실행해보는 중이었다.

혼자 그리던 그림에서 좀 더 빌드업을 해보고 싶어서 디지털 한국화 클래스도 들어봤고, 비록 완강까진 못했지만 강의를 들었던 내용과, 모작을 해보며 실습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에 내 나름의 색으로 담아도 보았다.

계속 도전하다 올해는 꼭 되고 말겠다! 다짐했던 브런치 작가 심사도 통과했고, 내 생에 처음으로 예술지원서도 공모전지원도 해보았고(다 떨어졌지만 홀로 처음 도전해봤다는 의의가 더 크다), 런칭된 클래스는 어느새 1년을 훌쩍 넘어 2년이 되어가고 있고, 많이 부족한 클래스인데도 불구하고 찾아와 주고 잘 들어주시는 고마운 수강생분들이 있었다.

또 그렇게 미흡한 강의와 레슨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나를 한 층 더 많이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어준 학원출강과 기관으로부터의 강의제안 및 심층(?) 면접통과로 어느새 기관에 등록된 정식 강사로도 출강을 한다.


다행이다

사진을 살펴보고, 생각을 잠시나마 정리하고 이렇게 나열해보면서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다행이다'였다. 진정  '모든 경험은 헛되지 않다'라는 교훈을 연말 작업을 하며 몸소 느낄 일이 있었는데, 그에 덧대어 나는 성장하려고 애썼고, 배우려고 애썼고, 그것들은 역시나 나에게 득이 되어 주었다.라는 생각이 교차하며 스스로의 강박에서부터 비로소 조금은 위안이 되었던 것이다.


분명 지나오는 동안, 참 많이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그간 내가 산 세상은 온실쯤 되려나 싶을 만큼 정말 유난히도 2022년도에 소위 빌런 같은 사람들을 여럿 마주하며 가끔은 이러다 엄하게 해코지라도 당하는 게 아닌가 겁이 나기도 했었다.

그런 이들로부터 오만 강박과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결국 내가 잘 버텨야 하고, 다음부턴 잘 걸러보겠노라 마음다짐도 해보며 그래도 이 정도로 넘어가는 거면 됐다, 괜찮다. 생각하며 마무리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듦은 다 올해에 두고 내년부턴 괜찮을 거야. 를 생각하며 또 2023을 막연하게 그리다가 문득 정리한 생각을 다시 생각하며 결국 나는 지난날의 나에게, 내가 살았던 시간에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새해를 맞은 겸 표현하자면, 그렇게 여유 없이 혼자 강박에 몸부림치던 내 곁을 지켜주던 모든 이들이 있어 감사했다.


사실 아직 2023년 1월 1일이라는 건 실감도 체감도 안 난다.

그럼에도 목표로 하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는데 한동안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는(?) 핑계로 글쓰기에 소홀해버린 걸 반성도 할 겸, 미래의 나에게 그리고 혹 어느 누군가에게 다시 한번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새해를 기념 삼아 글을 써내려 본다.


P.S. 마음에 동한 노래는 '밍기뉴-나의 모든 이들에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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