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인데요, 칭찬 받고 싶어요

by 이가령

오늘 착한 일을 했습니다.

칭찬해 주시겠어요?




수영장에 갔습니다.

카드를 찍으면 사물함 번호표가 나옵니다.

오늘의 번호는 127번입니다.

홀수는 위쪽 사물함이라,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어 좋습니다.


탈의실로 들어가서 127번 사물함 문을 엽니다.

그런데 사물함 안에

저보다 먼저 127번 사물함을 사용한 분들의 번호표가

네 장이나 구겨져 있네요.


'아이, 다들 좀 버리고 가시지!'


예전에 탈의실을 청소하는 선생님이

다른 회원에게 불평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번호표를 버리지 않고

사물함에 그대로 두고 간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사물함에 쓰레기가 세 개고 네 개고 쌓인다고 해요.


저도 가끔 번호표를 사물함에 두고 갔어서

움찔하고, 또 죄송한 마음으로

그 뒤부터는 번호표를 신경 써서 버리고는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두고 간 번호표도

겸사겸사 함께 버립니다.

속으로 제법 우쭐거리면서요.


'나 착한 일 한 거야!'


번호표를 모아 버리면서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탈의실 청소하는 선생님이 제 모습을 보시고,

"아이고, 젊은 사람이 쓰레기도 잘 버리네!"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오늘도

바닥의 물기를 닦느라 바쁘시고요,

보셨다 해도 칭찬의 말씀은 없으셨을 겁니다.


조금 이상합니다.

저는 올해 서른두 살이고

내년이면 서른세 살이 되는데

착한 일을 하면 칭찬 받고 싶다니요?


그렇지만,

작은 일도 챙겨서 칭찬 받고 싶은 것 역시

솔직한 저의 마음입니다.




어릴 때는 수박만 야무지게 먹어도

아깝게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다고

칭찬을 받았습니다.

학생일 때는 학교만 빼놓지 않고 매일 가도

개근상을 줬고요.


그런데 어른이 되었더니

하루도 안 빼놓고 인생을 사는데

아무도 개근상을 안 줍니다.

수고했다는 말도 어쩐지 형식적으로 느껴집니다.


옛날에 어른들은,

"어른으로 살기 힘드니까 천천히 커라." 하셨는데요.

어쩌면 어른으로 살기 힘든 건

칭찬 받을 일을 매일 해도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어요.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이까짓 걸 가지고 뭘 잘했다고 해.

남들은 더 대단한 일을 해내는 걸.'

이러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립니다.

진심 어린 칭찬과 축하에 점점 인색해집니다.


칭찬 받지 못해도 꿋꿋하게 사는 사람이

더 멋지고 강하고, 자존감 높은 사람일까요?

그렇다면 저는 안 멋진 사람,

안 강한 사람으로 살아야겠어요.

자존감은 원래 낮으니 뭐 괜찮습니다.




생각해 보면, 칭찬 받아 마땅한데

아무에게도 칭찬 못 받는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아이를 돌보는 엄마들.

밤새 근무하는 편의점 사장님.

멋진 코너링을 선보이는 셔틀 버스 기사님.

어제의 피로를 꾹 참고 출근하는 직장인.


그래서 앞으로 이 브런치북에는

어른들을 위한 칭찬의 글을 쌓아나가려고 합니다.

저는 교장 선생님도 아니고,

훌륭한 사람도 못 된 평범한 서른세 살이지만,

다행히 칭찬하는 데는 별 자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오늘은, 이 글을 마치면서

저부터 칭찬해 주려고요.

사물함에 방치된 쓰레기 버린 거

아주 잘했다고 말입니다.

청소해 주시는 선생님도 곁눈질로 살짝 보시고

속으로 '아이고, 젊은 사람이 쓰레기도 잘 버리네!'

하셨을 거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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