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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사랑은

가을은 사랑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나는 가을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가을의 사랑은 조금씩 온다네

달팽이의 걸음으로 살금살금 온다네


가을의 사랑은

하늘처럼 아주 서서히 커져간다네

자작나무 처럼 더디게 자란다네


가을의 사랑은 천천히 온다네

입장하는 신부의  발걸음처럼 우아하게 온다네


가을에 사랑에 빠진 내 마음은

하늘처럼 천천히 푸르러 간다네


가을의 사랑은 고추잠자리 잡기

손가락을 크게 그리고 작게 뱅글뱅글 돌리면서 

가까이 다가가면 꼬옥 붙잡을 수 있다네


가을의 사랑은 코스모스라네

부드러운 바람이 꽃잎을 간지럽힐때

수줍은 처녀가 살짜기 몸 비트는 것처럼

꽃대를 이리저리 흔든다네


가을은 수채화 화가라네

바람의 붓끝으로

하늘 파레트의 석양물감을 발라

단풍잎에 칠하 붉게 물드는 가을산


가을의  사랑은 서서히 온다네

첫 키스의 입술처럼 아주 서서히 온다네

도톰한 연분홍 입술에 살짝 입맞춤하고 달아나는 햇살.


가을 사랑은 천천히 익어간다네

달달홍시처럼 아주 천천히 무르익는다네


그대의 기인 생머리 고운 결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질때 코끝을 파고드는 깊고 그윽한 자스민 내음


가을의 사랑 음악회는 

다양한 악기편성으로 화사한 화음을 낸다네

악보의 템포는 언제나 라르고이지만

내 심장의 박동은 프레스토로 변주된다네 


돌틈새에서 더 맑아진 시냇물의 독창

가을날 나는 느긋하고 여유롭게 기다리려네


바람의 느낌으로

햇살의 눈빛으로

하늘의 미소로 

꽃의 향기로

시냇물의 노래로

가을비처럼 촉촉하게

내게 다가오실 그대의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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