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러 중국에 갔다.

만화가의 일탈

by 이라하

이번에 인천항에서 처음 출발하는 '페리를 이용한 자전거 투어 여행' 이라고 들었다.


패키지 일정을 보면 자전거를 타는 일정이 그리 길지 않았다.


3박 4일인데, 배를 타고 18시간을 갔다가 여섯 시간 정도 관광을 하고 두 시간 반 정도 자전거를 탄다.

호텔에서 1박한 후 자전거를 3시간 정도 타고 오후엔 또 관광을 하다가 배를 탄다.


그 일정을 보고 결심했다.


'이 정도 일정이라면 나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겠군!'


나는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한다.


멋진 장비에 옷까지 갖추었지만 실력있는 동호인들처럼 빠르게 타지는 못한다.


이 여행을 통해서 동호인들의 자전거 타는 비법도 배우고, 광활한 대륙의 바람을 쐬고, 자전거 타는 친구도 좀 사귈 참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여행은 내 예상과 너무나 달랐다.


첫번째, 평균 연령이 대단히 높았다.

대개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셨다.


둘째, 일행이 다 함께 왔다.

혼자 오는 사람이 여럿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난 하고 있었나보다.

심지어 나는 내가 그런 기대를 하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세 개의 커다란 모임 사이에 내가 혼자 끼어 있었다.


셋째, 다들 자전거를 대단히 잘 탔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면서 내가 헉헉대며 꽁무니를 쫓아가는데, 그들은 마치 나사에서 출발한 로켓처럼 우주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십 년 이상 탄 분이 많았고, 최소한 오 년 이상 타보신 분들이 많았다.

내가 이후의 예정으로 잡고 있던 제주도 라이딩, 국토 종주, 다이센 라이딩 등을 전부 마치신 분들이 대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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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라이더들이 다 앞으로 사라지고 나서,

선도해주던 중국 자전거 동호인 언니가 옆에서 도와주었다.

그래서 허리가 끊어질 것 같던 오르막길을 간신히 올라갔다.


발을 멈추지 않으면, 페달을 계속해서 돌리면 언젠가는 끝에 도달한다.

오르막은 계속되지 않으며 반드시 그 다음에는 내리막이 온다.


다음에 중국의 그 길을 다시 달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중국 언니를 다시 만날 수도 없다.


그래도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라하는 저스툰에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를 연재하는 만화가입니다. 5월 31일 단행본 1권이 발매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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