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의 글쓰기 노트 12

장르별 글쓰기-문학, 시

by 이란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작가 지망생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독자의 관점에서 볼지라도 자신이 읽는 작품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아는 것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란 무엇일까요? 시 문학에 관한 권위 있는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접근하는 관점은 어렵거나 학문적인 관점은 아닙니다. 실용적인 관점에 더 가깝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쓰여지는 과정을 현미경으로 확대한 것처럼 자세히 관찰하고자 합니다. 문학의 장르는 작가의 사상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물을 머그에 담을 지, 유리컵에 담을 지 결정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즉, 장르란 작가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시란 운율이 있는 언어로 작가의 사상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언어의 배열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음악적인 효과를 느끼게 합니다.


나는 나비,

나비처럼 날아서

저 꽃을 향해

갯짓을 하는

몽상가

-나비, 이란


물론 모든 시가 운율을 갖지는 않습니다. 산문처럼 길게 쓰여진 시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대개 운율적인 관점에서 행이나 연이 구분되기 마련입니다.


아프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는 순간, 통증이 밀려든다. 어쩌면 아무 것도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는 것이 덜 고통스러울지 모르겠다. 문득 떠오르는 얼굴은 모두 과거 속에 아름답게 박제되어 있다. 파괴된 유리 파편이 흩어져 전신에 박힌다. 나에게 온전히 추억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가졌던 것을 잃어버렸을 때 그것이 매우 소중할 때 나의 것을 파괴한 누군가에게 분노해야 한다. 그 분노는 온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그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가. 이미 처음부터 승부가 결정된 게임에 뛰어드는 것은, 불꽃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과 다를 바 없다. 순간 타오르고 사라질 뿐이다.

-전쟁에 관한 잔상, 이란


산문처럼 쓰여진 위의 시는 2연의 시입니다. 1연의 모르겠다가 2연의 모르겠다로 이어집니다. 물론 두 단어의 의미는 다릅니다. 하나는 가능성을 다른 하나는 포기에 가깝습니다. 그 어떠한 희망도 포기로 수렴하는 과정처럼 보입니다. 전쟁이란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처참할 뿐입니다. 승리라는 결과를 갖더라도 그러한 전쟁이 없었던 것만큼의 가치는 없을 지도 모릅니다. 전쟁을 시작할 때의 대의명분도 피바다 속에 쉽게 사라집니다. 이기겠다는 결과에 함몰되어 나를 잃을 수 있습니다.


시는 대체로 짧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모든 장르 중에 가장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인이 갖고 있는 시심이 없다면 작품으로 나타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는 활자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영혼의 울림이기 때문입니다. 정갈한 언어로 쓰여진 시를 몇 번씩 읽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그 글은 독자에게 활자의 나열에 불과할 뿐입니다. 시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또 쉽습니다. 그 마음이 시인 안에 있고 그 마음이 언어로 정확히 표현될 수 있다면 완전한 시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이 얼마의 시간을 들여 시를 썼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착상은 어느 순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런 순간에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폭을 미리 넓혀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이 있어도 표현할 수 없다면 시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감정을 공유하기 위해 음악, 미술, 영화처럼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매체는 다양합니다. 그 가운데 시가 어떻게 자리할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짧지만 마음에 남는 시를 모아 때때로 읽는다면 사색의 관점에서 바람직합니다.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읽는다면 외로움은 멀리 사라질 것입니다. 고독은 예술과 함께 할 때 완전해집니다. 그러다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면 좋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시는 음악이나 미술보다 접근하기 쉬운 분야입니다. 악보를 배우거나 미술도구를 장만할 필요도 없이 펜과 종이만으로 충분합니다. 시는 아주 어려우면서도 쉬운 장르입니다. 한 줄씩 읽다가 때때로 삶 속에서 넘치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영혼의 벗으로서 곁에 두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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