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의 글쓰기 노트 23

비문학 글쓰기-학술논문

by 이란

학술논문에 사용되는 문장은 어떠할까요? 설명문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더 간단하게 제품 설명서를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 안의 표현들은 매우 사실적입니다. 감정적인 표현이나 문학적 은유는 없습니다. 물론 논문 저자가 논문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는 명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접근이나 서술은 객관적이어야 합니다. 학술논문은 크게 두 개의 분야로 나누어질 수 있습니다. 인문학과 비인문학의 두 가지 분류입니다. 인문학의 경우라 할지라도 학술논문에 관한 것이라면 논문의 주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논문을 읽는 이에게 그 분야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제 경우 학사 논문으로 채만식의 작품세계를 다루었습니다. 그는 일제 강점기의 시대상황을 풍자적으로 작품세계에 투영하였습니다. 그것은 그가 작가의식을 드러내는 방식이었습니다.


한편, 비인문학의 학술논문은 보다 분명한 근거들을 요구합니다. 데이터와 통계가 그러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과학의 경우, 기술적으로 무언가 개선되어야 하는 사항이 있다면, 논자는 자신이 연구하는 방향에 맞게 실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통해 연구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그것은 필요하다면 당장 그대로 현장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우 실용적입니다. 물론 보다 보편적으로 기술의 현재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그대로 기재하는 학술논문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또 다른 논문을 진행하기 위한 자료로서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비인문학의 학술논문의 경우, 글자만큼이나 수치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학술논문이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하는 사람이 작성하는 것입니다. 논문을 쓸 상황이 없는 다수의 사람들은 그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섬세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학술논문을 통해 그 기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논문은 매우 정형화된 방식으로 작성되기 때문입니다. 학술논문은 주제를 갖고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문학이나 예술과는 다르게 매우 이성적인 영역입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핸드폰의 세부사항을 다 헤아리지 않은 채 핸드폰을 사용합니다. 또한, 대개의 사람들은 문학 작품을 읽으며 그 이야기에 동화되어 감정의 굴곡을 느낄 뿐, 주제 의식이나 문체 등을 섬세하게 분석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평론보다 더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영역에 해당되는 학술논문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사적으로 의미있는 작가의 평생의 작품들을 분석하여 각 작품이 작가의 생애에 걸쳐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본다면 어떨까요? 그것은 단지 작품 하나하나를 읽는 것과는 다른 각도에서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자동차의 서스펜션에 관한 논문은 어떨까요? 차량의 충격을 더 잘 흡수하기 위해 어떻게 기능을 개선했는지 수치로 보여줄 수 있다면, 좋은 논문이 될 것입니다. 학문에 대해 설명하셨던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그분은 학문을 수박에 비유하셨습니다. 껍질부터 그 안에 든 속의 내용물까지 안으로 깊게 파고드는 것이 학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결과물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사상이나 현실의 구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좋아하는 지인과 카톡을 나누었습니다. 그곳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여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뉴스에는 안 좋은 소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태어나고 또 죽습니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존재하는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합니다. 잘 쓰여진 학술논문은 제가 마셨던 한 잔의 커피처럼 누군가의 삶을 빛나게 할 수 있습니다. 쓰기 위한 글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학술논문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속한 자동차공학회에도 많은 논문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그 방대함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 무수한 열정이 세상을 보석처럼 반짝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쓰는 쪽이든 읽는 쪽이든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존재 이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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