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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국 May 19. 2016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 마을, 익선동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익선동 골목길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 집단지구로 꼽히는 종로구 익선동 일대. 이곳에는 좁은 골목길 사이로 노후 한옥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1930년을 전후로 익선동 166번지 일대에 도시형 한옥이 집단적으로 생겨났다.


동쪽으로는 종묘, 서쪽에는 낙원상가와 인사동이 자리 잡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청계천, 북쪽에는 창덕궁과 창경궁으로 둘러싸여 있다. 예로부터 사대부들의 주거와 관 기능을 담당하는 행정시설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종로 세무서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익선동 한옥마을 풍경

특히 조선 후기까지 측후소(기상관측 및 예보를 담당하는 기관)가 설치 운영되었으나, 일제강점기를 전후로 그 기능을 상실했다. 이후 1930년대에 당시 주택 개발업자이자 민족주의 운동을 하던 정세권 씨가 익선동에 한국의 전통적 건축양식을 도시공간에 적용하여 서민을 위한 한옥마을을 조성했다.


익선동 일대는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한옥 주거지인 북촌마을과 함께 도심 중심지구의 중간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의 구도심 중심부에 있다 보니 관광객의 접근성도 좋다. 지하철 5호선 종로 3가 역 4번 출구를 나와 길을 건너면 익선동 골목길이 시작된다.


종로 3가역 5번 출구를 나오면 만날 수 있는 낙원상가

골목 초입에서 멀리 북쪽으로 바라보면 고층 호텔이 보인다. 지금 그 자리에는 요정(고급 요릿집) 오진암(梧珍庵)이 있었다. 1970, 1980년대 대원각, 삼청각과 함께 서울시내 3대 요정에 속했던 오진암은 1972년 7ㆍ4 남북 공동성명을 의논한 장소로 유명하다.

익선동 골목길 초입, 멀리 이비스 엠버서더호텔과 종로세무서가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익선동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동네였다. 1930년대에 한옥지구가 생겨난 이후 시간이 흐르는 동안 거의 개발되지 못한 채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익선동은 2004년에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철거를 통해 고층 복합 건물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재개발 계획이 미뤄졌고, 지난해에는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던 재개발 계획이 완전히 무산됐다.


그래서일까? 인근 고층 빌딩에서 바라본 익선동의 풍경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마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좁은 지역에 따닥따닥 들어앉자 있는 한옥 100여 채는 서로를 감싸듯 모여 있었다. 그중에서는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낙후된 건물도 보였다. 또 저 멀리에는 도심 속의 고층건물도 눈에 띈다. 이러한 모습은 서울 도심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풍경이다.   


익선동이 도심 속에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특징은 골목길 곳곳에서도 느껴진다. 노후 한옥들로 둘러싸인 골목길은 옛 분위기가 많이 풍긴다. 익선동 골목길을 꿋꿋이 지켜오고 있는 한옥의 기와지붕, 하늘 아래 엉켜 있는 전깃줄 등의 흔적들에서 오랜 역사가 느껴졌다.


익선동 골목길 한 가게 앞에서 줄서 있는 젊은 청년들

이에 반해, 예술가와 청년 창업가들이 이끄는 골목길의 분위기는 젊음 그 자체다. 그래서 도심 빌딩 사이에 꼭꼭 숨어있는 익선동 골목길을 거닐 때면 과거로 시간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익선동 골목이 시작되는 ‘수표로 28길’ 곳곳에 숨어 있는 카페, 밥집, 공방들이 여럿 보인다. 이곳의 가게들은 2014년 말부터 젊은 감각의 예술가들이 익선동 골목에 들어오기 시작하며 생겨났다. 구석구석마다 있는 카페와 밥집은 한옥 내부를 현대식으로 개조하여 독특한 느낌을 준다. 대부분의 건물은 한옥의 원형을 보존한 채로 운영되고 있었다.


수표로 28길에 자리잡고 있는 익선동 갤러리 카페

특히 젊은 창업가들의 유입은 익선동 골목길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일으켰다. 최근 들어 새롭게 떠오르는 문화 상권으로 익선동 골목길이 재조명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 것이다. 저녁 시간이 되자 익선동의 몇몇 가게와 카페들에는 젊은 층의 손님들이 가득 들어찼다. 또 골목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익선동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는 전통 한옥 카페

필자는 익선동 골목길에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반갑다. 무엇보다, 과거의 전통문화와 현대적인 트렌드가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 앞으로도 명맥을 잘 이어나가길 희망한다. 이러한 방식이야말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목길은 이런 문화가 대표적으로 잘 나타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골목길에 쌓여온 역사와 현대 문화가 조화를 이룰 때, 도시 문화의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날 기회가 펼쳐질 것이다. 이를 위해서 중요한 것이 문화의 ‘보존’ 아닐까? 익선동 골목길의 한옥 건물이 자본 중심의 상업화로 물들지 않고, 옛것을 잘 보존하여 사람들에게 유익한 공간으로 지속하길 바란다.


이 글은 문화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기사를 재편집했습니다.


글감은 가득한데 몇일 바쁘다는 핑계로 브런치에 글을 못썼습니다. 그나마 오늘 미리 써놨던 익선동 골목길 기사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 봅니다. 이 글에서는 많이 순화해서 썼지만, 익선동을 탐방하며 다른 한옥 마을처럼 상업화로 물들지는 않을까 우려 되기도 했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사실, 오랜 역사적 가치를 지닌 골목길 개발 논란은 과거부터 끊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종로구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길 재개발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죠. (서대문형무소는 가끔 갔는데, 부끄럽게도 옥바라지 골목길은 최근에 기사를 보고 알게 됐습니다.) 오늘 글을 올리면서 옥바라지 골목길 논란이 문뜩 떠올랐습니다. 필사적으로 안감힘을 다해 지키려고 움직이는 주민들과 어떻게든 철거할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용역업체 사람들(?). 세상은 커다란 변화가 있었지만, 역사는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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