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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국 Feb 08. 2017

다양함이 서로 섞여 조화를 이루는 동네, 성수동

내가 성수동을 좋아하는 이유

서울숲 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낡은 주택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성동구 성수동. 산업화 시대의 준 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은 장인들의 일터에서, 자연과 문화예술이 함께 공존하는 도시로 발돋움 하고 있다. 성수동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세월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는 여러 흔적들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에는 인쇄소, 공장 등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젊은 트렌드를 반영한 개성 있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골목 구석구석에 생겨났다.

    

도시의 빠른 변화 흐름을 피해가지는 못했지만, 성수동은 서울에서 도시의 오랜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동네로 꼽힌다. 붉은 벽돌의 공장과 창고는 원형을 보존한 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화했고, 낡은 주택은 젊은 창업가들의 꿈을 키우는 터전으로 탈바꿈했다.

     


도시 조직 내에서 다양한 용도로 혼합되어 있는 공간적 특성이 지역 고유의 장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성수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갔다. 이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는 성수동에 ‘새로움’이라는 가치를 더하여, 도시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성수동과 관계를 맺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은 각각 다른 색으로 지역 정체성을 만들어 냈다. 봄, 가을이면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와 문화예술 행사가 연일 끊임없이 이어졌고, 미로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성수동 골목 상권은 그때그때 다르게 그려진 지도로 맺어지고 끊어지길 반복했다.  

성동 디자인 위크, 플레이 성수
어쩌다 마주친 전시

넓은 성수동 골목 곳곳에 다양하게 퍼져 있는 공간들을 압축하여 표시한 지도가 있어도 수없이 길을 헤매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종이 지도는 무용지물이 된다. 오히려 스스로의 촉과 방향 감각을 믿고, 골목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느리지만 제대로 성수동을 느끼며 이해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성수동 골목길의 다양성은 끊어지고 다시 이어졌던 나의 지난 삶과 닮아있다. 내가 겪은 지난 2년 동안 의 경험들은 ‘나’를 믿고, ‘우리’와 관계 맺으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준비했던 지도는 현실 세계에서 큰 효용가치를 발휘하지는 못했다. 그 보다 행동하고 질문하며 소통했던 시간들로 인해 느리지만 ‘나’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며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내가 굳이 지도를 펼치지 않아도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성수동에서 살고 싶어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욕구가 서로 공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성수동의 다양함 속에는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길 희망하는 주민들, 부지런히 한 땀 한 땀 수공예 작품을 만드는 장인들, 지역의 변화를 이끄는 젊은 활동가들의 삶이 서로 섞여 ‘조화’를 이룬다. 이것이 성수동의 매력이고 힘이 아닐까 싶다. 또, 내가 성수동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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