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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Aug 01. 2018

교사의 탄생

아이들 세계로 들어간 교사의 이야기

2015년 5월, 전국을 다니며 선생님들을 만나 교육에 대해 같이 고민하던 내용이 방송으로 만들어져 EBS 다큐프라임 3부작 〈교육대동여지도, 교사 고수전〉으로 방송되었다. 이 방송으로 인해 많은 선생님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2015년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


 방송의 힘은 대단해서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의 인사를 받기도 했고 악수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군다나 교사로 살아가며 생각한 것을 책으로 출판했던 《교육과정 콘서트》라는 책도 7쇄(2018년)를 넘어 팔리고 있으니 이제 평범한 교사는 아닌 것 같다. 스스로 특별해지고자 노력했다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피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었는데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는 스스로가 신기할 뿐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들 법하다.    


‘뭐야? 자기 잘났다고 하는 거야? 흥!’   


맞다! 부정하지 않겠다. 어느새 난 남들이 말하는 잘 나가는 교사가 되었다. 많은 방송에 출연하고, 신문과 잡지에 소개된 교사이며 전국을 다니며 선생님들의 연수를 담당하는 교사다. 남들 눈에는 꽃길만 걷고 있는 교사로 보일 것이고 현재의 모습만 보자면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과연 꽃길만 걸었을까? 그리고 꽃길만 걷는 교사라는 게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교육대동여지도, 교사 고수전〉을 촬영할 때 찍었던 영상이다. EBS 다큐프라임이 방송될 때 오프닝 영상으로 나왔다. 해변을 멋지게 걸어야 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색하는 모습’으로 걸어야 했다.    

왜? PD가 그렇게 하란다, 방송을 위해서. 그래서 경상북도 영덕의 해수욕장을 걷고 또 걷고, 괜히 바다를 쳐다보며 사색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내 주변엔 두 대의 카메라가 쉴 새 없이 촬영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연예인이라도 온 줄 알고 근처까지 왔다가 볼멘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정말 창피했지만 방송에 필요하다니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 방송이란 이런 것이다. 앞에서 보이는 화려한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어느 순간 방송의 화려함에 빠져 뒤에서 겪는 일들을 잊게 된다. 그런데 이런 방송의 모습이 누군가와 닮아 있다. 바로 교사다. 교사의 삶에도 뒤가 있다!   


때: 교사생활 10년째의 2009년 어느 날 

곳: 교사의 집   


학교에서 퇴근 후 집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부부. 두 사람은 말 한마디 없이 TV를 바라보고 있다.   

교사: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러운 말투로) 저기... 나 학교에 가고 아이들과 생활하는 일이 힘든 것 같아. 어느새 10년을 했으니 이제 그만하고 다른 일을 찾아보거나 하면 어떨까? 

교사의 아내: (교사를 바라본다. 특별히 놀란 기색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그래? 그러면 학교 그만둬! 당신이 그만두면 내가 먹여 살릴 테니 힘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둬도 돼.   

아내의 단호한 대답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애꿎은 TV만 혼자 떠들고 있다. 하지만 그 침묵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교사: (정신을 번쩍 차린 듯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본다.) 아니야. 내가 그냥 열심히 학교에 나갈게. 요즘 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서 그랬어. 너무 걱정하지 마.  

교사의 아내: (여전히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당신이 힘들면 언제든 이야기해. 난 당신이 힘든데도 참고 다니는 건 반대야!   

교사로 살아온 10년의 결과가 학교를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다고? 아이러니한 이 상황을 아내에게 말했다가 정신을 번쩍 차린 사건이었다. 그 당시 정신을 번쩍 차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내가 주부였기 때문이다. 일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 대해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투정 부리지 말고 열심히 학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마음을 바꿔야만 했다. 그러자니 왜 내가 학교에 가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했다. 먼저 나를 돌아보는 일이 필요했던 것이다.    


 

교사의 탄생, 학급의 탄생 그리고 수업의 탄생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에서 아이들과 특별한 문제없이 지내던 교사가 학교를 그만두려고 한다. 눈치챘겠지만 그 교사가 바로 ‘나’다. 꽃길만 걷다니 당치도 않다. 교사도 얼핏 보기엔 우아해 보이고 화려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뒤에 감추어진 큰 부담과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그 뒷모습을 살펴보는 일, 그리고 그 뒷모습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교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교사의 탄생>편은 교사로서 살아가며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그다음으로 <학급의 탄생>편에서는 교사가 되어 학급을 맡아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 아이들과 살아가며 아이들과 교사인 나 스스로에게 강조하는 몇 가지를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평소 아이들에게 ‘우리 함께 성장하자!’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면 왜 이 말이 중요하고, 그 효과가 실제 학급에선 어떻게 발현되어 실천되는지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업의 탄생>편은 수업을 바라보는 교사의 시선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수업에 필요한 핵심 개념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했다. 예를 들어 ‘소비적 수업과 생산적 수업’에서는 수업이라는 행위가 소비적인 것일 때와 생산적인 것일 때의 비교와 그러한 수업을 위해 준비하거나 생각해야 할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다.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제시된 것 이외에도 알아야 할 것과 공부해야 할 것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교사로 살아가며 내게 필요했던 내용들을 함께 나눔으로써 더 많은 생각들이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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