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율시간 #2022개정교육과정
본 글은 "2024년부터 시작되는 학교자율시간을 아시나요? " 라는 제목의 글로 23년도 12월에 스쿨잼에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스쿨잼 링크는 글 마지막에 있습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1, 2학년을 시작으로 2022 개정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서 시행됩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이 시작되는 시기엔 혼란도 조금씩 생기기도 하지만 새로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방향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현장에 주는 것도 사실이랍니다. 특히 2022 개정교육과정에선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제도가 시작되는데요 그 이름이 '학교자율시간'이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자율시간'과 관련된 기사문들도 최근엔 눈에 보이기 시작했지요.
"우리 학교에만 있는 특별한 과목... '학교자율시간'을 아시나요" (매일신문, 2023.11)
https://www.imaeil.com/page/view/2023112211252366586
우리 학교에만 있는 특별한 과목… '학교자율시간'을 아시나요 대구대봉초에서 자체 개설한 'ECO+'(에코플러스) 과목의... www.imaeil.com
예전에 학교를 다니셨던 분들에겐 낯선 '학교자율시간'이라는 용어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전체 흐름을 살펴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지요.
1983년의 4차 교육과정 시기부터 특별활동이 있었습니다. 그 뒤에 6차를 거쳐(6차에서는 초등에서만 재량활동 실시) 7차 때 재량활동이 시작되었지요. 재량활동은 말 그대로 학교에서 재량껏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열어준 시간이었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교과서만으로 하던 수업을 벗어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특별활동과 재량활동을 묶어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교과 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창의적 체험활동이 만들어진 취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의 일반적인 성격이 전국 보편적 교육내용과 방법이라면 창의적 체험활동의 시간엔 지역의 특색과 학교와 학생의 처지를 반영한 수업을 교과와 연계해서 특별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었죠. 4차부터 시작된 교육과정의 흐름을 살펴보면 분명한 사실이 하나 보입니다. 바로, 교과목으로 대표되는 교과서 위주의 수업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고 학교나 교사가 자율적으로 수업을 디자인하고 실행해 보라는 메시지 말이지요. 그런데 현장에선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2007 개정교육과정에서의 국민 공통 기본 교육과정은 교과, 재량 활동, 특별 활동이었고,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의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편성한다고 되어있습니다.(출처 : NCIC국가교육과정 정보센터) 그리고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으로 한다고도 되어있지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이 말 그대로 각 학교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 학생의 요구가 반영되어 창의적으로 운영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에서 지정해 준 혹은 교육청에서 필수(?)라는 딱지를 붙여놓은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창의적인 활동 시간이기보단 정해진 것들을 해야 하는 또 다른 교과의 모습을 보여버린 것이지요.
이렇게 많은 범교과 학습 주제를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다루려다 보니 실제 학교와 학생이 원하는 창의적인 활동은 요원하기만 한 것이 현장의 현실이었답니다.
2009 개정교육과정부터 시작된 교과군 별 시수 증감의 유연성(교과(군)별 20% 범위 내에서 시수 증감 가능)과 창의적 체험활동의 의미를 살려 교사가 스스로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성하는 교육과정 재구성(교사 교육과정)이 활성화되기 시작합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추어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다뤄야 하는 범교과 학습 주제를 획기적으로 줄여서 제시하기도 하였지요. 그러면서 이렇게 창의적 체험활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생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하고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데에 중점을 둔다."
(2015 개정교육과정 총론)
2009 개정교육과정 총론에서 "정보통신활용교육, 보건교육, 한자교육 등은 관련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라고 쓰인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답니다.
결국, 이 모든 흐름들의 핵심은 그동안 교육과정에 대해 절대적인(?) 위치를 가지고서 일선 학교에 이런저런 것을 해야 한다고 말하던 교육과정이 이젠 교사가 주체가 되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도 창의적 체험활동 부분은 범교과 주제가 주어졌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하지만 2022에서 제시된 학교자율시간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에서처럼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고, 학교 여건에 따라 연간 34주를 기준으로 학기별 1주의 수업 시간을 확보 운영하라는 내용만 있는 '학교자율시간'이 등장합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처럼 자율 활동, 진로 활동 등 특정 영역으로 나눠져 있지도 않으며 학교에서 학교의 여건, 학생의 필요에 따라 교육과정에 없는 교과나 과목 혹은 활동을 개설할 수도 있는 것이 학교자율시간인 것이지요. 어떤가요? 그동안 다양한 제한 속에서 이루어져 왔던 교사 교육과정이 학교자율시간과 함께라면 어떤 것이건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까?
2024년(초등 1,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2 개정교육과정의 학교자율시간의 운영방법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시도에서 학교자율시간과 비슷한 사례들이 실천되고 있기에 참고할 순 있을 것입니다. 경기도의 '학교자율과정'과 전라북도의 '학교교과목' 사례들 말이지요. 교육부에서 제시한 학교자율시간보다 더 광범위하고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의 사례들은 새롭게 학교자율시간을 시작하는 학교들에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전향적(?)으로 마련된 '학교자율시간'과 아이들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많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전국의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실정에서 이젠 학교마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과목들 혹은 과정들이 펼쳐질 수 있음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나와 함께하는 아이들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수업 말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자율과정의 취지에 맞추어 교육과정이 운영되기 위해선 학교자율과정의 선정부터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 필요해집니다. 최근엔 아이들의 의견을 모으기가 예전보단 쉬워졌기에 학교에서 충분히 아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반영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아래의 그림과 같이 교사, 학생, 교직원 등 모두의 의견을 쉽게 취합할 수 있고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동안 수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던 모습에서 조금은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수업의 참여자 그리고 결국엔 수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갈 수 있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점이 아닐까 생각한답니다.
학교자율시간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시작되는 순간이 다가왔답니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존재들에 의해 그 디테일과 앞으로의 성격이 결정된다 생각합니다. 결국 학교자율시간을 현장에서 실천해야 할 교사들에 의해 이번 제도의 앞으로의 모습이 결정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현장의 교사들과 교육청 그리고 교육부는 한 마음으로 학교자율시간이 가진 진정한 의미가 잘 실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먼저 교육부와 교육청에선 창의적 체험활동에서처럼 영역을 나누고 해야 할 필수 주제를 주는 등의 문서화되고 일괄적인 시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위 학교를 믿고 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날 학교자율시간을 기다려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이지요. 그리고 교사들 또한 기존의 생각을 넘어 새로운 생각과 마음으로 학교자율시간을 대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 중 하나는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가장 강조하는 ‘포용성’의 의미를 깊이 받아들이고 교육과정의 주체가 교사만이 아님을 생각한다면 분명 더 큰 무엇인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답니다.
(출처 : 수석교사 이경원)
이제 세상은 누군가 좌표를 찍어주고 그것을 무작정 따라가는 시대가 아니라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나침반을 들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나침반의 바늘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깊이 숙고하고 도전하는 자세로 새롭게 시작되는 '학교자율시간'을 맞이해 보면 어떨까요?
출처 : 스쿨잼 23년도 12월 (https://blog.naver.com/naverschool/223286652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