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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원쌤 Sep 05. 2020

야사와 만화로 배우는 인공지능2

권건우 글, 허령 그림

#서평 #서평 이벤트 당첨


우연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인공지능과 관련된 만화.

왠지 정감 있는 그림체와 간결한 이야기로 쉽게 눈길을 끌었던 내용이 책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이야기가 올라와 응모했고 덥석 이렇게 책을 한 권 선물로 받게 되었네요. 우연의 산물이지만 책을 보며 우연이 왜 중요한지 생각하게 되기도 했답니다.


인공지능과 교육


요즘 교육계에서도 인공지능이 나름 화두 중 하나입니다. 인공지능을 영어로 AI라 부르며 "AI교사 양성" 이라던지, "AI가 교사를 대신한다"라는 등의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코로나 상황과 묘하게 어우러져 이 논의는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른 나라들도 교육에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중국에선 최초로 AI교과서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중국의 AI교과서 목차를 번역한 내용이 인터넷에 있어 살펴보았더니 다양한 로봇을 경험하는 내용과 소프트웨어 교육, 즉 코딩 교육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AI가 교육에서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적고, 있다 하더라도 기존의 컴퓨터 기반 학습과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중에 혼자서 구글링을 하며 인공지능이 뭔지 알아가던 중 알게 된 이 만화책(?)은 어쩌면 저를 위한 책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일반인의 눈으로 본 인공지능 이야기


책은 인공지능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역사적 시간적 흐름에 따라 정리해 놓았습니다. 제가 받은 책은 1권과 2권으로 구성된 책 중 2권에 해당되는 책이라서 앞부분의 역사적 맥락은 자세히 읽지 못했지만 최근의 인공지능과 관련된 부분이 서술된 부분이 2권이기에 더 좋았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이공계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 혹은 논문을 쓰기 위해 통계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닌 저 같은 사람에겐 낯선 내용들과 단어들이 엄청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죠. (나름 컴퓨터 쪽은 기사도 꾸준히 읽고 있고,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많이 다루는 편이라 잘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낯선 단어들과 개념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려운 부분들의 경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적절한 예를 들어주는 작가의 배려가 곳곳에 있었답니다. 만화의 강점이 바로 이런 점이겠죠. 그래서 이 책은 처음에 눈으로 훑어볼 땐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진지하게 읽으려 하면 어려운 책이 되고 마는 마법을 부린다는 생각이...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물론 책은 도움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만 읽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책이 가진 속성 중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보여주거나 새로운 통찰을 이끌어내는 부분은 중요한 부분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도 무척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나는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이 책은 인공지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만화로 보여주어 쉽게 인공지능의 탄생과정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누구나 사용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어떤 식으로 성장해 왔는지는 쉽게 생각하진 못하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탄생하게 된 과정은 그냥 쉽게 몇 마디 말로 정리될 수 없는 복잡한 과정과 여러 가지 학문들의 융합 그리고 사람들의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직접 겪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어떤 생각으로 시작되었고 발전해 왔는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지금 자신이 주변에서 사용되거나 일어나는 인공지능에 의한 변화를 느낄 뿐이지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내 주변의 인공지능이 어떤 배경으로 어떤 과정으로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지만 말이죠. 아이들과 공부를 함께하는 교사로 살아가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왜 지금 이것을 공부하는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아이들 또한 왜 이것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지 알게 되었을 때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죠.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이 화두인 지금의 시대, 인공지능이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를 보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 교육자이기에 이 책을 보는 내내 왜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지를 생각했습니다. 책 속의 인물들은 세상의 인공지능 발달에 엄청난 역할을 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각 인물들이 이뤄낸 업적들은 누군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존 매카시는 그들의 선배였던 섀넌과 로체스트에게 의논해서 록펠러 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인공지능의 탄생을 시작할 수 있었고, 이들이 열었던 컨퍼런스는 다른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이끌어냅니다. 존 매카시는 이미 자신이 공부하던 학교에서 있었던 힉슨 심포지엄에 참여해서 폰 노이만과 워런 맥컬럭을 만나며 인공지능의 바탕이 되는 생각하는 기계에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후 매카시는 마빈 민스키를 만나 더 발전하게 되었죠. 만약 존 매카시가 심포지엄에 참여하지 않았고, 선배들과 의논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구글의 천재 제프 딘도 앤드류 응 교수를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흥미를 가지게 되어 연구에 돌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레이 커즈와일도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를 만나 많은 인공지능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었죠.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내 인공지능의 발달에 기여한 마이클 조던 교수도 석사과정 중 방학 때 샌디아고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 캠퍼스에 갔다가 인지과학이라는 학문을 만나고 그때부터 인공지능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 나오는 디지털 시대의 위대한 지성들은 혼자가 아닌 누군가의 만남으로 인해 변화되고 성장했음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 잔뜩 나옵니다. 결국 교육은 혼자만의 세계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와 함께 만들어가는 세계임을 이 책에 나오는 실제 인물들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자인 저에게 이런 부분들은 실제적인 사례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며 교육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무척 높은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그리고 인공지능을 통한 교육이 교육의 목표처럼 이야기되는 시기이지만, 교육은 결국 만남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그 한계가 뚜렷할 수 있음을, 만남이라는 변수가 비록 통제되기 어렵고 수치화가 불가능하더라도 그 속에서 교육이 성장하여야 함을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내용들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이 책을 읽는 저만의 배경과 관점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진 다양성에 눈길이 갔습니다. 인공지능과 컴퓨터, 인공지능과 로봇이라는 단어는 쉽게 연상되지만 인공지능과 철학, 인공지능과 생물학은 쉽게 연결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철학을 공부한 연구자, 생물학을 공부한 연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인공지능의 발달에 기여한 사람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 책 속 주인공들의 공통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주도적인 학습자이었고 주도성의 결과가 자발적인 개발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교육자이기에 제가 만나는 아이들의 주도성과 자발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많은 곳에서 학습자가 가져야 할 필수 능력이라 이야기하는 부분이고, 지금과 같은 비대면 온라인 교육에서는 더욱 중요한 능력이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주도성과 자발성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서 사용하는 사람도, 아이들 입장에서도 애매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나눠서 생각해 왔고 그것에 대한 제 생각과 책 속의 주인공의 모습을 비교해가며 읽었습니다. 그 결과 주도성과 자발성이 다른 부분이 있고, 주도적인 것이 출발점에 주로 있다면 그 결과로 자발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을 더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연구자들은 처음엔 인공지능과 관련된 혹은 자신이 하고 있는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부분을 찾게 되거나 불편하게 생각되는 부분을 해결하고 싶은 생각에 이르게 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즉 자발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냅니다. 전 이런 부분들이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왜 지금 이것을 배워야 하는지 불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자신에겐 필요 없고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런 욕구는 쉽게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세상이라는 복잡계 속에선 자신이 원하는 것만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스스로 자신이 할 것을 찾아서 공부하는 자발성이 앞서는 일은 세상과 거리를 두는 행위인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겠다는 의지에 누가 잘못되었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그렇게 이야기하진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이 경우에 적용시켜 봅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고 궁극적인 교육의 목표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자신에게 주어진 지금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주도적인 모습을 연습하며 지내는 것은 앞으로 자신이 발현할 자발성의 기초이며 배양액이 될 것임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읽는다는 행위


무엇인가를 읽는다는 것은 쓰여진 것을 그저 눈으로 보고 그 내용을 정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재 자신이 가진 배경과 관점의 눈으로 읽어낼 때 그 속에서 자신만의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이렇게 읽을 때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읽기를 할 수 있습니다. 만화로 되어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분에겐 인공지능 자체에 대한 이해를, 또 어떤 분에겐 저처럼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한 통찰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추신, 책을 읽다 보니 수학이라는 과목이 왜 중요한 과목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관계자분께 감사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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