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는 언어가 된다.

Echo of Her Words 그녀의 말의 메아리

by 이비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기억이 되기를 바라며



“향이 좋아요.”

누군가 그렇게 말할 때, 나는 조금 멈춰 선다.

그 짧은 한마디는 내가 만든 향이 누군가의 감정을 건드렸다는 뜻이니까.


나는 향수를 만든다.

시중에서 흔히 맡아볼 수 있는 향이 아닌,

시간과 공간을 닮은 향기를 직접 배합하고 이름 붙이고, 작은 병에 담아내는 일을 한다.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을 ‘기억’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

말로는 다 하지 못하는 감정을, 종이 위의 단어들은 거뜬히 해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삶의 무게와 현실이 나를 꽉 잡을 때 나는 글을 멀리했다. 대신 향기를 택했다.


재밌는 건,

향도 언어라는 사실이었다.

단어처럼 향기도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귤나라살이 7년, 비 오는 날의 정류장, 첫사랑과 숲속공원.

그 장면들엔 각기 다른 향이 묻어 있었다.

햇볕이 스친 제주의 거리엔 감귤과 티트리의 청량한 잔향이,

우산을 톡톡 털던 비 오는 정류장엔 머스크와 젖은 흙내음이,

숲속엔 습기와 초록 잎사귀, 그리고 샌달우드의 따뜻한 숨결이 있었다.


나는 다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향으로.


이제 나는 다시, 글로 향기를 이야기하려 한다.

향수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창작자로서,

그리고 이제는 작가로서 나의 언어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내 글은 제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 콘텐츠가 아니다.

한 병의 향수에 담긴 철학과 고민,

그리고 그 향기가 건네는 감정과 기억의 이야기다.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도 이 향기 속에 있었던 것 같아.”

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스며들기를.

그리고 그 기억이, 아주 오래도록 향기롭기를.

프리지아처럼 맑고 달게,

앰버처럼 오묘히 따뜻하게.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