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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경 Apr 03. 2017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01  처음만 힘들다


“한번 시작하고 나면 그다음부턴 

왠지 어렵지 않아 처음이 중요해요.” 


공일오비의 ‘처음만 힘들지.’ 


국내 여행은 혼자 많이 다녔지만, 

해외는 처음이었다. 가기 일주일 전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가지 말까?’ 

그 정도로 버거웠다. 여행의 모든 일정, 

예산을 혼자 계획했어야 했으니. 


갔다 와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만 힘들지.’ 

















긴장되고 설레는 여행의 시작이다. 

아직 이국정취에 취하기는 이른, 

한산한, 깔끔한, 크지도 작지도 않던 

샌프란시스코 공항. 


공항을 벗어나 우리나라 지하철과 같은 

바트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이동했다. 

바트역을 나왔을 때 

따뜻하지도 차갑 지도 않았던 공기와 

대기 분위기, 어디 선가 들려오는 

잔잔한 음악 소리 그리고 노숙자(Homeless)의 

잔잔한 향기가 를 반겨주었다. 

안녕 샌프란시스코




















































The Cheesecake Factory 


Maroon5의 she will be loved가 

흘러나오고 있던 치즈케익팩토리의 테라스. 

내 뒤에는 할머니 두 분이 앉아계셨는데 

마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미란다 같았다. 

백발에 끝이 잔뜩 솟은 선글라스와 

화려한 액세서리와 옷. 

주변의 광경,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영화의 한 장면 같던 순간이었다. 

자리에 앉은 나는 망설임 없이 

오리지널 치즈케이크를 주문했고 

먹어본 치즈케이크 중에는 가장 맛있었다. 


처음 가보는 곳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한 방법. 

상점의 이름이 포함된 

메뉴를 주문하는 것.








































초대하지 않은 손님














































































































경계하다

 

서울은 아침을 기다리고 있고 

이곳은 저녁을 기다리고 있다. 

같은 하늘 아래 낮과 밤이 

공존하는 지구가 문득 신기하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경계, 

작년과 올해와 내년의 경계. 

이 약속에 지구인 대부분이 

동의하는 게 문득 신기하다.

 

종종 너무 당연해서 

너무 낯설기도 하다.



































세 마리의 새, 하나 건진 새

'한입만' 하는 새

발걸음을 돌리는 낙담한 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때 


전자는 도약을 할 사람이지만

후자는 착지를 할 사람이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San Francisco City Hall







































RGB





















DEEP BLUE, 깊은 우울함

 

짙은 파란색 깊은 우울함 

깊은 파란색 짙은 우울함 

가끔 기분이 울적할 때 깊은 바닷속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기분일 땐 얕은 해변의 활기나 

옅은 청록색을 띤 잔잔한 물결은 어울리지 않는다. 

깊고 적막한 심해 안으로 가라앉은 어둠이나 

짙은 파란색의 울렁이는 파도가 어울린다. 

‘짙다’와 ‘깊다’는 닮았다. 

짙어서 깊은 깊어서 짙은.
































































역지사지


‘저 사람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노숙해서 좋겠다’, 

‘내가 저 사람이었으면 여기서 숨 쉬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내가 너라면….’이라고 

가정하며 말할 수 있는 것들은 

내가 네가 아니라서 할 수 있는 말들 아닐까. 

누군가에게 함부로 배부른 소리 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도 그렇다. 

누군가는 밥 반 공기에도 배가 부를 수 있고 

누군 가는 밥 한 솥에도 배가 부르지 않을 수 있다. 

세상에 똑같이 생긴 위(胃)가 없는 것처럼. 

모두가 저마다 그렇게나 다르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본다는 의미의 역지사지. 

역지사지는 충돌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가끔은 더 확실하고 분명한 

충돌을 만드는 말인 것 같다.


“내가 너라면 안 그랬어.” 
















오르막 내리막


오르막이 가파를수록 내리막도 가파르 겠다. 

산이 깊을수록 골이 깊은 것처럼. 

천경자 화백의 책 제목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처럼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 시어터,

Palace of Fine Arts Theatre 
















연인 
































Palace of Fine Arts Theatre


이 궁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자면 

사랑에 빠질 리가 없는 두 사람이 

함께 간다면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낮에도 밤에도 아름다운 곳.



































여름밤 산책



















































Ghirardelli Ice Cream & 

Chocolate Shop








































낮에는 밝고 밤에는 어둡다.


캄보디아 여행 때였다. 일행 중 한 명이 

“아~ 여기도 낮에는 밝고 밤에는 어둡네~” 

라고 했던 게 생각난다. ‘아니, 당연한 말씀을’. 

당연한 것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 여행인가 보다. 

샌프란시스코에도 역시나 밤이 왔고, 어두웠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위치 Location


The Cheesecake Factory 

치즈케익팩토리 치즈케익은 정말 맛있다.


San Francisco Civic Center

시청 건물이 화려한 궁전 같다.

매일 아침 궁전으로 출근하면 

어떤 기분일까. 

City Hall이 City Hell이 될까.


Palace of Fine Arts Theatre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 시어터는

밤에도 낮에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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