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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경 Apr 06. 2017

샌프란시스코
San francisco

02  시선이 닿는



자고 일어났는데 창문 밖 광경이 

샌프란시스코여서 믿기지 않았던, 

새어 나오는 웃음으로 시작했던, 그 날 아침.

일어나서 씻고 조식 먹고 올라와서 

여행 책자 들춰보다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나왔다. 

이곳에 다시는 못 올 것처럼 

여행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종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다. 

계획된 어쩔 수 없음.


시선이 닿는 곳에 발길이 닿아 다녔던 

곳곳 그리고 기록들. 

기록에 담긴 내 ‘시선’이 

온전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North Beach

종점에 내렸더니 바다


































시선


‘시선’은 ‘이목’보다는 덜 딱딱해서 좋고 

‘눈길’보다는 더 우아해서 좋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마저 

사랑하고 싶다. 
































4MEN








































































































Fay Park 












































그런 날씨에. 그런 시간에.

















걷다보니 롬바드

1000 Lombard St 


















Modern eden gallery

롬바드에 이은 뜻밖의 수확 


Leilani Bustamante  |  artist

The loveliness of the macabre and 

the mournful influence of 

osteological motifs.















모든 인류의 공통분모 

'죽음'과 '알 수 없는 내일'



















The King's Head

Leilani Bustamante


$2,880.00




















































인형의 집


이 도시에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인형의 집들이 가득하다. 

아무래도 페인트 통 안에 페인트 대신 

소프트아이스크림 이 들어있었나 보다. 

나는 어릴 때 인형의 집을 좋아했지만 

갖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인형이 되어 그곳에 들어가고 싶은 데 

들어갈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그것을 가지고 노는 ‘즐거움’ 보다 컸나 보다. 

내가 인형이 되고 싶었던 것 처럼 

인형도 내가 되고 싶었을까.










































Saints Peter and Paul Church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 닿아있는 듯한 

하늘과 건물의 경계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곳은 메릴린 먼로(Marilyn Monroe)와 

야구 선수 조 디마지오(Joe DiMaggio)가 

결혼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실제로 결혼은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하고 

기념사진 촬영만 이곳에서 했다고 한다. 

강원도 밀밭이든 샌프란시스코의 화려한 성당이든 

그 순간만큼은 어디든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다. 


영원을 약속하는 공간. 

아름다운 약속을 하는 영원의 순간.











































무교?


어렷을 때 나는 매일 밤 기도를 했다

알이 큰, 자동차에 걸 법한 염주 안에 

거치대처럼 설 수 있는 부처님의 조각이 

기도를 들어주는 개체였고 방 한켠에 있었다.

기도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자기 전에 눈을 감고 손을 합장한 뒤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 해주세요

아멘,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소원 후 아멘, 그리고 관세음보살 세번.


밉지 않은 무지는 동심이다.























Mama's


나는 에그 베네딕트와 스무디를 주문했 다. 

맛있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맛. 

나처럼 혼자 온 여성과 합석하게 되었다. 

서로 간단한 눈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이 어갔다. 

가볍게 대화가 시작되었고, 

대화 에 앞서 미리 고백했다. 

“I can speak English a little” 
















그녀의 직업은 트레이너라고 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 “Body?” 라고 

되물었는데 그녀는 웃음이 터졌다. 

그녀는 컴퓨터 트레이너였다. 

(한국에서 트레이너 하면 헬스 트레이너인데...)


서툰 영어실력 덕분에 

더 즐거운 대화가 이어졌다. 

마침 주문 한 음료가 나왔다. 


나는 오렌지 스무디를 주문했는데 

크랜베리 스무디가 나왔다. 

“That’s not mine” 

나는 오렌지 스무디 주문했다고 했다. 

그러자 직원은 스무디는 

크랜베리 맛밖에 없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식사를 이어갔다. 

짧은 영 어로 꽤 긴 대화가 오갔다. 

1차 상황종료. 










그런데 내 옆에 방금 나와 친구가 된 여성이 

상황을 잘못 이해했나 보다. 직원을 불러서, 

"그녀가 오렌지 스무디를 주문 했는데 

왜 바꿔주지 않는 거죠?" 


나는 당황한 직원을 돌려보내고 

방금 나와 친구가 된 여성에게 

재차 상황 설명을 하고 2차 상황종료. 
















아군의 느낌이랄까. 더 돈독해진 우리는 

다시 대화하며 식사를 이어갔다. 

생각해보니 내가 그때 크랜베리 스무디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식사를 해서 

그녀가 오해했던 것 같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음료를 마시는 습관이 있는데 

그걸 몰랐던 그녀가 당연히 그럴만하다. 


식사를 마치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갤럭시인 그녀의 스마트폰, 

왜인지 더해진 아군의 느낌이. 

그녀는 나에게 전화번호와 이름과 주소를 적어주며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 고 했다. 

이름은 Antoniette, Texas에서 온 흑인 여성이었다. 














‘a little’의 효과인가. 너무나 친절한 그녀와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각자의 여정을 떠났다. 

나는 그녀가 추천해준 Coit Tower로, 

그녀는 내가 추천해준 

Palace of Fine Arts Theatre로, 

3차 상황 종료. 
















문제의 크랜베리 스무디
















민트초코칩,  Mint chocolate chip




















































































위치 Location


Saints Peter and Paul Church 

아름답다. 


Mama's

오전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서

13 : 00 - 14 : 00 사이에 가면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다.

15 : 00 영업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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