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시봤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경 Mar 29. 2024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시봤다. 첫 시작은 '설국'이다. 

책장에 책들을 언제 버려도 아쉽지 않을만큼, 다시 보고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추운 기운이 가시기 전에 '설국'

왠지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설국이 읽고 싶어진다. 


좀더 선명하게 떠올리려고 조바심 치면 칠수록
붙잡을 길 없이 희미해지는 불확실한 기억 속에서 
이 손가락만은 여자의 감촉으로 여전히 젖은 채, 
자신을 먼데 있는 여자에게로 끌어당기는 것 같군.

page. 10

좀더 선명하게 떠올리려고 조바심 치면 칠수록

붙잡을 길 없이 희미해지는



시마무라가 뜻밖의 감동을 얻은 것은, 그녀가 열대여섯 살 무렵부터 읽은 소설을 일일이 기록해두었고 따라서 잡기장이 벌써 열 권이나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런걸 기록해 놓은들 무슨 소용 있나?」
「소용 없죠」
「헛수고야」
「그래요」하고 여자는 아무렇지 않은 듯 밝게 대답했으나 물끄러미 사마무라를 응시했다.
전혀 헛수고라고 시마무라가 왠지 한번 더 목소리에 힘을 주려는 순간, 눈(雪)이 울릴 듯한 고요가 몸에 스며들어 그만 여자에게 매혹당하고 말았다. 그녀에겐 결코 헛수고일 리가 없다는 것을 그가 알면서도 아예 헛수고라고 못박아 버리자, 뭔가 그녀의 존재가 오히려 순수하게 느껴졌다.

page. 38

헛수고

눈(雪)이 울릴 듯한 고요


「마음에도 없는 말씀. 도쿄 사람은 거짓말쟁이라서 싫어요」

page. 59

도쿄 사람은 거짓말쟁이 


시마무라에겐 덧없는 헛수고로 여겨지고 먼 동경이라고 애처로워도 지는 고마코의 삶의 자세가 그녀 자신에게는 가치로서 꿋꿋하게 발목 소리에 넘쳐나는 것이리라.

page. 64

헛수고와 먼 동경



기타가와 우타마로(1754-1806) - 음악가가 샤미센을 연주하고 있는 그림으로 1803년도에 그려짐

우키요에(일본어: 浮世絵)는 17세기에서 20세기 초 

일본 에도 시대에 성립한 당대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나 풍경, 풍물 등을 

그린 풍속화의 형태를 말한다.(출처 : '우키요에' 위키피디아)


발목이 무엇인지 가늠이 되지 않아 검색해봤다. 

위 그림에서 여자가 오른 손에 들고 있는 게 '발목'이다. 


힘들다는 건 여행자에게 깊이 빠져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일까?
아니면 이럴 때 꾹 참고 견뎌야 하는 안타까움 때문일까?
여자의 마음이 여기까지 깊어졌나 보다 하고
시마무라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page. 70

여행자


차가운 박정함으로도, 너무나 뜨거운 애정으로도 들리기에 시마무라는 망설였다.

page. 74

오히려 더 박정하게 끊어내려는 일은

무심하고 무디고 매정한 편보다는 

자기 보호 본능이지 않을까.



시마무라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자신도 깜짝 놀랐다. 그래서 더욱 여자와 헤어지고 가는 길임을 실감했다. 

page. 77


시마무라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마코의 거친 호흡과 함께 현실이 전해져 왔다.
그것은 마치 그리운 회한을 닮아, 다만 이제 편안하게
어떤 복수를 기다리는 마음 같았다. 

page. 106


계절이 바뀌듯 자연도 스러지고마는 조용한 죽음이었으나, 다가가보면 다리나 촉각을 떨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page. 113

돌이켜 보면 치열한 몸부림이었다.

멀리서 보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까이서 보면 치열한 게 살아가는 모습 아닐까.

물속에서는 치열하게 발버둥치고 있는 강위의 오리들이 그렇듯


50년 이상 된 지지미도 색이 바래지 않은 상태로 입을 수 있지만, 인간의 육체적 친밀감은 지지미만한 수명도 못 되는 게 아닌가 하고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려니..

page. 133
흰 지지미가 거의다 바래어갈 즈음,
아침 해가 떠올라 새빨갛게 비추는 풍경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다워.

page. 132
일본의 니가타현 우오누마 지방의 모시 직조 기술, 오지야 지지미

사진의 출처는 유네스코 홈페이지

                    

시마무라는 역에서 돌아가는 기차를 두 시간 가량 기다렸다.
약하게 비추던 해가 지고 나서는 찬 공기가 별을 말갛게 닦아낼 듯 쌀쌀해져다.
발이 시렸다. 

page. 137

찬 공기가 별을 말갛게 닦아내는 추위 


「눈이 시려서 눈물이 나요」
뺨이 달아오르는데 눈만은 차갑다. 시마무라도 눈꺼풀이 젖었다. 깜박거리자 은하수가 눈에 가득 찼다. 시마무라는 흘러내릴 듯한 눈물을 참으며
「매일 밤 이런 은하수인가?」

page. 145
시마무라는 고마코로부터 요코를 받아 안으려는 사내들에 떼밀려 휘청거렸다. 발에 힘을 주며 올려다본 순간, 쏴아 하고 은하수가 시마무라 안으로 흘러드는 듯했다. 

page. 152

눈물, 은하수

고마코의 뜨거운 뺨을 타고 흐르는 시린 눈물과 

참아낸 눈물이 결국 안에서 은하수처럼 

흐르는 시마무라의 눈물이 그려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