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토끼 Jan 24. 2024

아이들 치실, 저 졸업했어요!

언제까지 치실을 해줘야 할까 궁금하신 분께 희망을 드립니다.

큰 아이 6살 때였다. 뭘 먹다가 어금니 가운데가 '뽀작' 깨졌다.

그때는, 얼마나 단단한 걸 씹어서 이게 깨지나...라고 몰상식하게 생각했었다.

치과에 부랴부랴 가보니, 이가 안에서 썩어서 약해져 깨진 거란다.

그렇게 아이는 인생 첫 신경치료를 하게 되었다.


다행히 아이들의 신경치료는 썩은 이를 깎은 후 은니를 덧끼우는 것이었고, 영구치가 나면 썩은이를 씌운 은니가 통째로 같이 빠지게 되는 구조였다.

그렇지만 충치를 깎아야 하니, 아이가 처음 받는 치과진료에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게 웃음가스라고 것도 추가하여 치료를 했었다.


사실 매일 이를 닦아주었던 나로서는 이 모든 것이 억울했다.

알고 보니 내가 놓친 것은 바로 '치실'!


양치질은 물론이고, 6학년까지 치실을 해주라는,

육...육....유칵녀언?


청천벽력 같은 의사 선생님 말을 듣고, 멍한 채 집에 왔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웃음가스까지 했었지만, 치과의 기억이 좋을 리 없었던 첫째는 두 말 않고 치실하는데 협조했다.

언니의 무시무시한 치과 경험담을 들은 둘째도 자연스럽게 치실하는데 협조했다 ㅋ


문제는 엄마인 나다. 양치질도 귀찮았는데, 치실까지 해야 한다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매일 밤 '충치벌레'를 잡는다며, 이 사이에 낀 '왕건이'를 찾을 때마다 잡았다고 깔깔깔

너무 깊게 눌렀다고 아프다며 살살하라고 징징징

치카했는데 과일 먹으면 치실 또 해야 하냐고 옥신각신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아이들도 컸다.


아이들은 키가 140이 넘도록 커졌지만, 

매일 저녁 엄마 다리 베고 벌러덩 누워서 치실서비스(?)를 받았다.

어쩌면 아이들은 아기가 돼버린 것 같은 이 시간을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건 결과적으로 치실을 해 준 이후에는 둘 다 이가 별로 썩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빠르게 흘렀고, 큰 아이가 6학년이 되었다.

이제는 자기 전에 아이들이 나를 찾는다. 치실해달라고. 

이에 뭐 낀 것 같아서 불편하다고,,, 헐

둘째는 더 심하다. 저녁 먹다가 뭐 끼면 바로 치실을 찾는다.

심지어 학교에 갖고 다녀야겠단다;


그 의사 선생님이 괜히 6학년까지라고 말한 게 아니었던 것 같다. 뭔가 점쟁이 같은 느낌?

내가 아이들 치실을 해줄 때는 손에 돌돌 말아 쓰는 긴 치실을 사용했는데,

아이들이 치실을 스스로 찾기 시작했을 쯤에는 일회용 치실을 사줘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줬다. 

자기네들이 답답해서 치실을 찾아 쓰는 일이 늘었고, 그렇게 나는 치실 서비스를 종료할 수 있었다. 게다가 치실하라는 잔소리 조차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냥 냅다 매일 해줘 버렸더니 습관이 됐고, 습관이 되니 아이들 스스로 필요에 의해 치실을 하는,

세상 가장 이상적인 엔딩을 맞이하였다. Hooray~


매일 치실해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직장맘이니, 적어도 아이들 이는 이렇게라도 지켜야 했다. 그게 아니면 또 치과 예약에 대기에, 치료에... 으악!

마지막쯤에는 아이들이 왜 이렇게 세게 하냐고 많이 투덜댔는데, 그게 미안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마지막까지 잘할걸...


아이들 치실 몇 년만 헌신하시면, 아이들 평생 습관으로 자리 잡으니,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파이팅!!




하루 이 3번을 닦아도, 이 사이에 낀 음식물은 잘 빠지지 않으니, 1일 1 치실 진심 강추드립니다.

치과치료가 처음이라면, 예약에 대기까지 너무 힘들겠지만 그래도 어린이 치과 추천합니다. (익숙해지면 동네 치과로 옮겨도 되더라구요)

아이들이 치카하면, 손톱으로 어금니 옆면을 긁어서 검사해보세요. 그럼 치카 점수 나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IT 하는 엄마, 좋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